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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잡신천하

등록 2015-04-22 19:10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무속’ 전
‘무속학 대가’ 남강 김태곤이 수집
할미신 등 굿판 토속신 그림 망라
남강 김태곤 특별전에 나온 굿집 신장 그림들. 조선 민화의 그림 도상과 친척뻘이다.
남강 김태곤 특별전에 나온 굿집 신장 그림들. 조선 민화의 그림 도상과 친척뻘이다.
그림 속 신들의 자태와 표정이 곧 세상만사 아닐까. 울긋불긋한 갑옷 입고, 우락부락한 터럭 얼굴의 장수신들이 노려본다. 흰 얼굴에 고고한 자태를 지닌 할미신은 표정 한켠에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꿈틀거린다. 마냥 우습고 맥이 턱 풀리는 못난이 아저씨 같은 잡신들도 있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굿판의 토속신 그림들이 그렇게 전시실 중간에 이리저리 걸쳐있다.

우리 전통민화와도 사촌뻘로 인연 닿는 그림들이 서울 도심 박물관에 잔뜩 몰려나왔다. 서울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22일부터 시작한 기증전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이다. 무속학의 대가 남강 김태곤(1936~96)의 유족이 2012년 기증한 고인의 연구사료와 각종 무속 컬렉션을 펼쳐놓았다. 모처럼 한자리에 다종다양한 잡신들의 그림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전통 무속화의 신들은 일월성신처럼 자연을 사람처럼 형상화한 것과 역사위인을 형상화한 것으로 나뉜다. 이번 전시에는 두 종류의 신들이 모두 망라되어 나왔다.

남강 김태곤은 평생 우리 굿판을 쫓아다니며 그 원형질을 탐구했다. 한국 특유의 무속세계를 갈무리한 그는 굿판의 그림과 부채, 방울, 가사 같은 무속 도구(무구)를 수집한 컬렉터이기도 했다. 보통 무당이 죽으면 태워버리는 명품 무속도와 무구들이 그의 노력으로 멸실을 피하고, 수년 전 기증된 뒤 처음 관객을 맞고 있다. 서울 동묘 관우신당에 구한말까지 있다가 1908년 국가제사를 철폐하면서 사라졌던 관우의 삼국지연의도 일부분을 기증본에서 확인해 선보이는 것도 성과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구경거리는 72년 마지막 제례를 했던 용산 남이장군 신당의 굿판 영상과 당시 무구를 차려놓은 굿꾼 최인순의 신당 재현공간이다. 남강은 신이 사람 몸에 들어갔다 나갔다를 되풀이하며 신과 자연, 인간이 한몸의 혼돈이었던 원시 카오스의 기억을 일깨우는 ‘원형적 반복’ 이론을 설파해 한국 무속학의 일가를 이뤘다. 6월22일까지. (02)3704-3151.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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