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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가 사랑한 폴 매카트니…“한날한시 만난다니, 그와 같은 호텔에서”

등록 2015-04-26 19:32수정 2015-04-27 10:19

‘첫 내한’ 폴 매카트니 열혈팬 4인방 수다
비틀스의 역사, 그보다 더 긴 폴 매카트니의 역사와 음악세계는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낳았다. 2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 카페에 모인 폴 매카트니 팬들이 폴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기타와 앨범, 공연실황을 녹화한 휴대전화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상규, 손승남, 김태훈씨 등 폴 매카트니 팬들의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비틀스의 역사, 그보다 더 긴 폴 매카트니의 역사와 음악세계는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낳았다. 22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 카페에 모인 폴 매카트니 팬들이 폴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기타와 앨범, 공연실황을 녹화한 휴대전화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상규, 손승남, 김태훈씨 등 폴 매카트니 팬들의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달 2일 폴 매카트니 첫번째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 팬들은 설렌다. 하지만 어디 이들만 하겠는가. 폴이 사용했던 기타를 모으는 손승남(38)씨, 엘피를 수집하며 비틀스 관련 공연·전시를 기획한 김태훈(45)씨,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에서 활동하는 전상규(43)씨, 비틀스 팬 카페를 만든 이준석(42)씨 등 비틀스와 폴 매카트니 한국팬 중 ‘핵심이며 정예부대’라 불릴 만한 4명을 22일 만났다.

폴 기타 6대 모은 의대 교수 손승남씨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 전상규씨
비틀스 엘피만 1100장 김태훈씨

폴 식단 나오는 VIP티켓 ‘광클 예매’
재킷 사진과 똑같은 옷 주문 제작
“폴 경 노래 말고 떼창 듣기 싫어”

비틀스 해체 이후 ‘현재적 뮤지션’
그의 노래 30곡 이상 빌보드 톱10
칠순 넘어도 진정성…사랑할 수밖에

■ 폴을 위해 어디까지 해봤니

지난 2월11일,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 팬들의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신경과 조교수로 일하는 손승남씨는 같은 과 전공의 4명과 함께 피시방에 앉았다.

같은 시간 이상도시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태훈씨도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손승남·김태훈씨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사운드체크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1100달러 정도 하는 이 티켓은 폴 매카트니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판매했으며 브이아이피 티켓이라고도 불린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관람석에서 사전 리허설부터 지켜볼 수 있고, 채식주의자인 폴 매카트니가 먹는 것과 똑같은 식단의 채식 식사가 제공되는 티켓이다. 둘은 이미 2013년 일본에서 열린 폴 매카트니 투어에 다녀온 일이 있었지만 진정한 팬이라면 한번 듣는 것만으론 멈출 수 없다.

비틀스를 거쳐 폴 매카트니를 사랑하게 된 김태훈씨는 비틀스 관련 공연과 전시를 기획해왔다. 2013년 4월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의 합동 공연, 2012년 7월 롯데갤러리에서 열린 ‘비틀스 50년_한국의 비틀스 마니아’ 전시를 기획하고, 2011년 트리뷰트 밴드 ‘멘틀즈’의 2집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기타를 들어 보이는 손승남씨. 이 기타의 가격은 800만원에 달한다. 
 이정우 선임기자
폴 매카트니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기타를 들어 보이는 손승남씨. 이 기타의 가격은 800만원에 달한다. 이정우 선임기자
건축사로 일하는 틈틈이 ‘비틀스 문화’를 만드는 데 시간을 바쳐온 그 자신이 비틀스 엘피 음반만 1100장을 가진 수집가이기도 하다. 밴드 ‘와이낫’의 보컬이면서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전상규씨는 김태훈씨의 비틀스 서재를 “엘피의 숲”이라고 부른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지만 팬의 눈으로 보면 귀중한 차이를 지닌 비슷비슷한 앨범들이 서로 기대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알게 되면 이해하고 사랑하면 보이는 세계에선 음악가 전상규씨도 마찬가지다. “팬으로서 듣는 것과 연주하기 위해서 듣는 것과는 크게 달라요. 소절과 마디를 떼어놓고 그를 따라 하려는 순간 무수한 좌절을 맛보게 되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폴 매카트니 음반을 사면서 ‘폴의 세계’에 입문한 손승남씨는 폴 매카트니 음반만 400여장을 모았다. 폴 매카트니가 쓰던 것과 똑같은 모델의 기타도 6대 모았다.

촬영을 위해 진주에서 서울까지 들고 온 기타는 그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폴 매카트니가 ‘예스터데이’를 부를 때 썼던 에피폰 기타와 같은 모델로 800만원 정도다. 이준석씨는 2000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카페 페퍼랜드를 만들었다. 한국 첫번째 비틀스 동호회를 만들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 폴 매카트니 최고의 순간

음악팬이란 한 뮤지션의 음악세계를 완성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팬들은 폴 매카트니 음악의 변곡점을 뚜렷이 알고 있었다. “폴 매카트니는 1976년 ‘실리 러브 송스’를 발표하고 그해 <타임> 표지 모델이 됐다. 음악가로서 최정점은 그때라고 본다.”(손승남) “1990년 브라질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이 폴의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르는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 아니었을까.”(이준석) “2003년 폴 매카트니가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공연했는데 비틀스 시절 추진했다가 못 이룬 공연을 솔로가 되어서 이룬 것이다. 기억할만한 순간이다.”(김태훈)

팬들이 폴 매카트니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현재적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1970년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였던 비틀스가 해산되고 1980년 존 레넌이 사망한 뒤 비틀스 음악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폴 매카트니는 멈추지 않았다. 비틀스 이후에 나온 그의 노래만도 30곡 이상이 미국 빌보드 톱10에 올랐고 헤비메탈, 클래식, 테크노, 최근엔 힙합까지 장르적 시도도 다양했다. 팬들의 마음도 오르내렸다.

“1986년 냈던 앨범 <프레스 투 플레이>가 망하면서 이젠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89년 월드투어를 다시 떠나더니 90년대 전설의 가수가 됐다. 심지어 2013년에 나온 앨범 <뉴>를 들으면 그의 진정성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손승남씨의 해설이다. 폴 매카트니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 행사나 런던 올림픽 개막식 등 중요한 행사에 무대에 오르는 현역 뮤지션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폴 매카트니(왼쪽 세 번째).
폴 매카트니(왼쪽 세 번째).
■ 폴 내한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

나이가 들어도 투어를 다니는 해외 뮤지션들은 많지만 전상규씨는 “팬들과 뮤지션 사이엔 온도차가 있다. 라디오헤드는 좀처럼 ‘크립’을 연주하지 않고 밥 딜런은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생략한다. 수백번 부르는 노래보다는 낯선 노래를 부르길 좋아한다. 그러나 폴 매카트니는 ‘헤이 주드’를 부른다. 미국 공연을 보면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같이 가서 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 관객을 중시하는 폴의 성품이 녹아 있는 장면”이라며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고의 완성도에 이른 연주자와 한날 한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슴 떨린다”는 전상규씨와 타틀즈 멤버들은 이번에 비틀스가 앨범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트 클럽 밴드> 재킷 사진에서 입었던 것과 똑같은 옷을 주문 제작해 입고 공연에 간다. 그들은 앞에서 12번째 줄에 앉아 있을 것이다.

이준석씨가 “작곡가와 가수에게 가장 가슴 벅찬 일은 역시 4만명 관객이 자신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 아닐까”라며 공연 때 ‘떼창’을 제안하자 격론이 시작됐다. “폴 경 말고 다른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듣기 싫다”거나 “사람들이 비틀스 시절 이후 그의 노래를 얼마나 알겠느냐” 등 의견이 분분했다. 어쨌거나 모두 폴 매카트니와 같은 시절을 공유하는 이번 공연을 설레며 기다린다.

2013년 일본 공연 때 손승남씨는 폴 매카트니가 머무는 호텔에서 묵었다. 폴 매카트니가 호텔을 떠날 때 손씨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인사를 건넸던 것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복기하는 그는 이번에도 폴 매카트니와 같은 호텔에서 숙박할 예정이다. 한국 공연 때 폴 매카트니 팬들에게 다시 한번 최고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피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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