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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랑과 애증, 고뇌…말러 ‘인생 교향곡’

등록 2015-04-28 19:40수정 2015-04-29 00:52

독일서 온 음악극 ‘말러매니아’
14회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삶과 음악
연기·성악·오케스트라 앙상블로 꾸며
사랑했던 아내 알마의 외도로
절망에 빠진 말러의 예술적 고뇌
세 편의 교향곡 배경 삼아 펼쳐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4번 3악장, 유장한 흐름은 시간을 거슬러 간다. 말러의 아내 알마는 젊은 말러를 떠올린다. 웃통을 벗은 젊은 말러의 등과 팔 근육이 미묘하게 떨린다. 어떤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육체의 단호함 뒤에, 말러의 고뇌가 툭툭 불거진 근육 사이 음영처럼 깊이 파인다. 책상에 엎드린 말러는 새처럼 날갯짓을 한다. 머리를 쥐어뜯는다. 개인, 또 예술가로서 꿈을 펼치기도 하고, 깊은 번뇌에 사로잡힌다. 이 악장엔 “평온하게”라는 악상 기호가 붙었다. 하지만 평온은 불안을 품었다. 서곡 격인 이 곡은 말러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몰입, 재능있는 이 남자에 대한 알마의 애증을 ‘스포일러’처럼 드러낸다.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예술을 다룬 음악극 가 새달 8, 9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으로 말러와 아내 알마의 애증의 세월을 교향곡과 가곡, 연기, 무용에 한 꾸러미로 담았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제공
구스타프 말러의 삶과 예술을 다룬 음악극 가 새달 8, 9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으로 말러와 아내 알마의 애증의 세월을 교향곡과 가곡, 연기, 무용에 한 꾸러미로 담았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제공
‘말러리언’(말러 애호가)들이 열광할 음악극이 독일에서 날아온다. 제14회 의정부음악극축제 개막작으로 새달 8, 9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말러매니아>(Mahlermmania)다. 새로운 시도로 정평이 난 극단 니코 앤드 더 내비게이터스와 베를린 도이체 오페라극장이 공동제작했다. 연기, 성악, 무용, 16인조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연주로 꾸민 작품이다.

말러는 생전에 “내가 작곡한 교향곡은 내 삶 전체의 과정이므로 만일 누군가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내 삶 전체가 빤히 드러나 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과 인생은 밀접하다. 실제로 말러의 음악은 알마에 대한 사랑, 예술가의 고뇌, 죽음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하다. 이런 까닭에 그의 음악은 장대한 서사시 또는 드라마로 비유된다.

<말러매니아>에선 모두 세 편의 교향곡이 등장한다. 서막에 나오는 4번 3악장 외에, 1번 3악장과 5번 4악장이다. 특히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1971년 영화 <베니스의 죽음>과 수많은 광고음악에 사용해 너무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음악극 특성상 가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인생의 꽃 시절 결혼식 장면, 하지만 슬프다. 꽃 같은 알마는 붉은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춘다. 이때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가 바리톤 음성으로 울려 퍼진다. 말러의 독백이다. “그가 신부가 될 때, 행복한 신부가 될 때, 그날은 내게 너무나 쓰구나. 내 작은 방으로 가리, 어둡고 작은 방으로. 그리고 난 내 사랑을 위해 슬퍼하고 슬퍼하리라.” 알마의 외도와 말러의 절망을 예고하는 대목에서 관객의 마음은 졸아든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엔 딸을 잃은 슬픔이 담겼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 유명한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 선율을 타고 나이 든 알마가 말러의 죽음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막이 내린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다음달 8일 말러로 열고 17일 파리넬리로 닫는다. 창작뮤지컬 <파리넬리>는 16, 17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서 축제의 대단원을 알린다. <말러매니아>와 <파리넬리> 공연 10분 전엔 장일범 음악평론가의 해설이 붙는다. 멀티미디어극 <사랑의 역사>, 바흐의 피아노곡을 담은 <아이 온 더 스카이>,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티브로 한 <도자두 : 디디와 고고의 기다림>,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과 배우 조판수의 조화가 돋보이는 <노베첸토>, 어린이 국악뮤지컬 <하얀 눈썹 호랑이>도 무대에 오른다. (031)828-5841~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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