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털! 경운기 시동거는 소리 같다. 드르륵! 이건 공업용 재봉틀 소리? 공장 20여 곳이 밀집한 건물 2층에서 연극을 올린다. 제목까지 <여직공>이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노동쟁의를 다룬, 같은 이름의 유진오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옥순은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공장에서 일한다. 그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하루 11시간 30분 동안 죽으라고 일을 해야 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은 젊은 여성노동자의 육체를 자본의 하찮은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 옥순은 일본인 감독의 꾐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노동쟁의를 계획하는 동료를 밀고한다.
양손프로젝트가 제작한 이 연극은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다.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해 등장인물과 서술자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소설 텍스트의 색다른 무대화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양손프로젝트는 단편소설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특히 2012년부터 ‘고전소설의 무대화’를 내세우는 산울림 소극장의 기획프로그램 <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현진건과 김동인의 단편소설을 무대화했다. 지난해엔 군사정권의 고문과 트라우마를 존재론적으로 파고든 <죽음과 소녀>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주목받았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은 박지혜가 연출을 맡고, 여신동(이화여대 교수)이 무대·조명·미술을 총괄했다. 안무가 겸 무용수이자 배우 김주희가 주연을 맡고 손상규, 양종욱, 허지원이 출연한다. 새달 1~10일 서울 양평동 복합문화공간 ‘인디아트홀 공’ . (02)2632-8848~9.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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