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의 움직임에 극대의 힘을 싣다. <로사스 댄스 로사스>의 한 장면.
‘미니멀리즘 무용 거장’ 안 테레사
로사스 무용단 7~13일 내한공연
로사스 무용단 7~13일 내한공연
정적 속에 있던 춤꾼 넷이 갑자기 통나무처럼 쿵! 쓰러진다. 1~2초의 정지 뒤 팔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발딱 세운다. 1~2초 뒤 다시 쿵! 쓰러진다. 이어 온몸을 바닥에 구르고 부딪친다. 돌발적인 동작과 기습적인 정지. 관객은 숨을 죽인다. 특히 의자 위의 춤은 너무도 유명하다. 점점 긴박해지는 타악 리듬 속에 머리를 쓸어내리고 다리를 교차시키며 격렬하게 움직인다. 디브이디로 미리 본 <로사스 댄스 로사스>(로사스는 로사스를 춤춘다, Rosas danst Rosas)의 시작 장면이다. 한마디로 ‘보이는 음악, 들리는 무용’이다.
1983년 안 테레사를 포함한 4명의 여성 춤꾼이 출연했던 이 작품은 이미 현대춤의 전설이다. 특유의 여성성과 함께 반복과 미니멀리즘이라는 안 테레사의 초창기 안무 특징이 뚜렷하다. 이 춤꾼들을 주축으로 하여 곧바로 로사스 무용단이 창단됐다. 유튜브에 ‘로사스’를 치면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나온다. 초연 이래 3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까지 ‘로사스 무용단’ 최고의 인기 레퍼토리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대학 무용과에서 널리 교재로 쓴다.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는 본의 아니게 이 작품의 권위를 드높였다. 2011년 ‘카운트다운’ 뮤직비디오에서 안무·세트·의상을 교묘히 따라 했다가 표절이라는 거센 비난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현대춤의 살아있는 전설, 안 테레사의 걸작 두 편이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로사스 댄스 로사스>에 이어 무대에 오를 다른 춤은 <드러밍>(drumming)이다. 1998년에 발표된 이 춤은 미국의 미니멀리즘 음악가 스티브 라이시의 곡에 안무를 입혔다. 안 테레사는 천부적인 음악감각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현대음악의 대가 라이시와는 환상적인 조합을 선보여 왔다.
타악기 소리에 맞춰 여성 춤꾼이 등장한다. 두드림이 빨라질수록 동작도 빨라진다. 손을 위로 뻗었다 아래로 뻗었다, 빙빙 돌다가 팔짝팔짝 뛴다.
남성 춤꾼들이 등장하면 동작은 점점 더 풍부해진다. 힘이 넘치는 퍼커션은 춤꾼의 맥박이 돼 함께 춤춘다. 봉고와 마림바가 퍼커션의 뒤를 받친다. 리듬의 변주에 따라 동작도 다양하게 변주·발전한다. 오렌지빛 무대와 조명 속에서 잠깐의 휴식도 없이 가속적이고 반복적인 리듬을 따라 12명의 춤꾼은 차오르는 삶의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안무가의 춤이 왜 ‘보이는 음악, 들리는 무용’인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벨기에 출신의 안 테레사는 세계 현대춤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춤을 이해하는 열쇳말은 반복(repetition)과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일정 시간차를 두고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기법이다. 한편으로는 극소의 움직임에 극대의 힘을 싣는다. 이런 점이 그를 ‘미니멀리즘 무용의 거장’으로 불리게 한다.
반복과 미니멀리즘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음악의 활용이다. 안 테레사는 몬테베르디, 바흐, 말러, 리게티는 물론 현대음악을 안무에 폭넓게 활용한다.
7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로사스 댄스 로사스>가 먼저 무대에 오르고, 9, 10일 같은 곳에서 <드러밍>을 공연한다. <드러밍>은 13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돌발적 동작, 기습적 정지…관객은 숨을 죽인다. <로사스 댄스 로사스>의 한 장면.
두드림이 빨라질수록 춤꾼의 맥박도 빨라진다. <드러밍>의 한 장면.
반복되는 리듬을 따라 삶의 에너지도 달린다. <드러밍>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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