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커스 주커만의 지휘 및 협연으로 연주 중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드레스를 입은 첼리스트는 아만다 폴시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제공
‘창단 50돌 유럽 투어’ 잇단 호평
영국·독일 등서 기립박수 쏟아져
절반 끝내고 서울서 성공무대 재현
21일엔 베이징국제음악제 초청
영국·독일 등서 기립박수 쏟아져
절반 끝내고 서울서 성공무대 재현
21일엔 베이징국제음악제 초청
얼마 전 매우 고무적인 소식을 접했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을 순회중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구 바로크합주단)에 현지 청중의 기립 박수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KCO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러시아 모스크바콘서바토리 그레이트홀, 오스트리아 비엔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등에서 공연했다. 특히 지난 1월 할리우드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의 내레이션으로 서울에서 세계 초연한 슈니트케의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신버전은, 런던과 베를린 공연이 끝난 뒤 추가 연주 요청만 50건이 넘게 쏟아졌다고 했다. “KCO의 이름으로 세계 공연시장에서 승산 있다”고 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인 스위스 가트사의 평가도 들려왔다. 한국 실내악단이 이뤄낸 적 없는 성취였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CO의 유럽 투어 연주가 일부 재현됐다. 모스크바, 비엔나 공연과 같은 지휘자(핀커스 주커만), 협연자(바이올린 핀커스 주커만, 첼로 아만다 폴시스), 연주곡으로 무대가 꾸며졌다. 모두 네 차례로 진행되는 창단 50주년 기념 월드 투어 중 절반을 끝낸 KCO의 중간 보고인 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핀커스 주커만이 이끈 KCO는 첫 곡인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교향곡 10번 나단조’에서부터 노련미를 한껏 과시했다. 잘 정돈된 음의 결, 다채로운 뉘앙스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리허설과 연주를 통해 얻어진 관록을 드러냈다. 이들은 느린 도입부를 지나자 순식간에 속도와 셈여림을 바짝 끌어 올리더니, 치밀한 합주로 청신경을 긴장시켰다.
악단의 진면목은 마지막 곡 슈베르트 교향곡 5번에서 돋보였다. 2관 편성 오케스트라로 편성을 확대한 KCO는 담백한 음색, 날렵한 움직임, 섬세한 앙상블 등 실내악단적인 장점을 여전히 잃지 않으면서, 산뜻하고 명쾌한 연주를 들려줬다. 곧 본격화될 악단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첫 곡과 마지막 곡 사이에 연주된 협주곡들에서는 KCO가 뒤로 물러나고 핀커스 주커만과 아만다 폴시스의 협연이 중심이 됐다. 주커만과 폴시스 부부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서 여러 차례 함께 연주했던 비발디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내림나장조’,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와 ‘녹턴’ 등에서 나무랄 데 없는 앙상블과 서정미를 선보였다.
특히 한 번의 보잉 안에 변화무쌍한 색채와 이야기를 담는 주커만의 연주는 거장이라는 칭호에 합당했다.
이날 뜨거운 환호를 받은 KCO는 오는 5월21일 중국 베이징 국제음악제에 초청되어 다시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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