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일렉트로니카 맛있다-클래지콰이
클래지콰이 2집 ‘컬러 유어 솔’
4인조 그룹 ‘클래지콰이’의 노래는 청량음료수 같았다. 인공적인 일렉트로니카에 보사노바, 재즈 등 여러 장르에서 추출해낸 상큼한 기포가 보글거렸다. 수많은 하위 장르를 새끼 쳐가며 복잡하게 진화하던 일렉트로니카 가운데 가장 편안한 단면을 이들은 다듬어 내놓았다. 이른바 ‘라운지’풍 신선함을 담뿍 담은 첫 앨범 <인스탄트 피그>는 지난해 8만여장이 팔려나갔고 5곡은 광고에 쓰였다. ‘클래지콰이’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번쯤은 그들의 음악이 흐르는 클럽에서 건들거리게 될 정도로 이들은 유행을 탔다. 클럽에서 흔들흔들 1집 이번엔 영혼 물들이고파
보사노바·재즈로 두리번 ‘돌연변이 돼지’ 의 진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제곡 ‘쉬 이즈’와 ‘비 마이 러브’로도 탄력받은 클래지(김성훈·31·프로듀싱·작사·작곡), 호란(26·보컬), 알렉스(26·보컬), 크리스티나(27·보컬)는 숨 가쁘게 두번째 앨범 <컬러 유어 솔>을 선보였다. 편안함과 세련됨에 곰삭은 사람의 손맛을 보탰다. 분위기만 띄우는 게 아니라 ‘당신의 영혼을 물들이고 싶다’는 것이다. “쓸 데 없는 편집 작업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담백하게 가되 기타, 베이스 등 실제 연주를 많이 넣어 풍성하게 하고 싶었어요. 조금은 더 두고 두고 감상해 볼만하도록 만들려고 했죠.”(클래지) 여러 장르를 매끈하게 꿰매 멜로디를 엮어내는 클래지의 재주는 여전하다. 그가 두리번거리는 폭은 더 넓어졌다. 타이틀 곡 ‘필 디스 나잇’은 디스코 같은 쫄깃한 리듬을 탄다. 크리스티나의 낭랑한 목소리가 어쿠스틱 기타와 어우러지는 ‘스피치리스’는 따뜻한 발라드인데 퍼커션이 라틴의 분위기를 흩뿌린다. 어쿠스틱한 ‘다시’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추임새가 들어가 있다. “‘선샤인’의 키보드나, 기타연주 부분은 쌈바에서 가져온 거예요. 글쎄요. 각 장르를 제가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듣기에 괜찮도록 다듬어보는 거죠.”(클래지) 영역 확장에는 맴버들의 취향도 한몫했다. 감미로운 미성으로 낭창거리는 리듬을 엮어내는 알렉스는 “사람 냄새 나는 옛 솔을 좋아한다.” 호란은 요즘 장필순, 수잔 베가 등 포크에 꽂혀있다. “클래지콰이에 합류하기 전에 같이 활동했던 밴드에선 어쿠스틱한 음악을 했어요. 요즘엔 포크를 일렉트로니카로 풀어낸 노래들을 듣고 있어요.” 아우르는 분위기의 폭만 넓어진 게 아니다. 이들의 노래는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께 1집 앨범이 일본에서 발매됐다. 오는 7일엔 일본의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과 공동 파티도 연다. 어차피 노랫말의 절반은 영어이고 멜로디는 세계적 유행의 흐름을 타고 있으니 뛰어넘어야할 문화적 문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상큼한’ 일렉트로니카 맛있다-클래지콰이
순풍에 돛단 듯 흘러온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예를 들면, 일렉트로니카로 시작한 ‘자미로콰이’의 노래들은 어느 순간 ‘팝’이 됐어요.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편성을 얻은 거죠. 대중성과 음악적 정체성 사이에서 골몰하게 돼요.” 익숙한 듯 새로운, 돌연변이 돼지는 이들의 마스코트다. 실험실에서 날개를 달고 탄생한 이 생물의 진화를 이들은 모색 중이다. 그 고민과 변화는 오는 29·30일 서울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1544-1555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플럭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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