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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땅의 천지신화, 춤으로 날아오르다

등록 2015-05-18 19:34

서울시무용단의 대형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의 한 장면.
서울시무용단의 대형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의 한 장면.
서울시무용단 광복 70돌 기념공연
21~22일 창작극 ‘신시-태양의 축제’
‘전통춤 거장’ 국수호 총괄안무·각색
단군신화·홍산문화 얼개에 담아
“내 역사춤극 완성판 될 것” 자신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웅장한 음악이 무대를 뒤덮는다. 태양신, 조상신 등 5개 거석상이 전차처럼 대형 무대로 진군한다. 50여 명의 남녀 춤꾼은 두 손을 머리에 얹고, 큰절을 하듯 춤사위를 풀고 조인다. 하늘에 올리는 제사다. 북을 맨 남성 춤꾼 20여 명이 몰려나온다. 북채를 든 손은 하늘을 향하고 북을 든 손은 허리로 향한다. 영락없는 금강역사다. 여성 춤꾼 20여 명은 나비처럼 하늘거린다. 어깨를 타고 내려온 춤은 손가락 끝에서 물방울처럼 톡! 톡! 터진다. 천수관음의 손동작 같다. 전쟁 장면의 군무에서 환웅과 웅녀의 2인무까지, 춤꾼들의 힘과 에너지가 대극장의 천장을 찌른다.

광복 70돌을 기념하는 서울시무용단의 대형 창작춤극 <신시(神市)-태양의 축제>가 무대에 오른다. 전통춤의 거장 국수호(67)가 총괄안무와 각색을 맡았다.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그는 중앙대 무용과 교수, 국립무용단장 등을 지냈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의 역사를 춤극으로 만들어 명성을 얻었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와 함께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신시를 열었다.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려 마늘과 쑥을 먹으며 100일 동안 기도했다.” 여기까지는 초등학생도 아는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다. ‘신시’에서는 단군신화와 함께 동아시아 문명의 기원으로 평가되는 홍산문화까지 담았다. 홍산문화는 청동기 기반의 고조선보다 앞선 신석기 문화로, 중국 내몽골 동남부와 랴오닝성 서부 등에 걸쳐 찬란한 문명을 이뤘다.

단군신화와 홍산문화를 아우른 이 춤극의 얼개는 “7000년 전 하늘의 아들(천족) 환웅이 지상으로 강림해, 웅(熊)족과 호(虎)족이 치열하게 싸워 승자가 된 웅족과 패자인 호족을 아우르며 새 세상 신시를 연다”는 것이다. 국수호는 “신시는 그동안 꾸준히 다뤄왔던 내 역사춤극의 완성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핏줄을 가진 민족으로서 용서와 화해와 상생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또 “남녀관계를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등 시원적이고 흥미로운 춤이라,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한동안 중규모 공연만 해오던 서울시무용단이 3년 만에 선보이는 대극장 공연이다. 특히 넓이 22m, 깊이 40m의 웅장한 무대연출도 볼거리다. 오케스트라 피트를 덮고, 후면 무대까지 활용했기 때문이다. 하늘(태양)을 숭상했던 천족의 소품과 의상들은 홍산문화의 유물인 흑피옥, 조각상, 다뉴세문 등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서울시무용단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신동엽이 환웅, 박수정이 웅녀, 최태헌이 호족장을 맡았다. 예술감독 예인동, 연출 유희성, 작곡 김태근 등이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공연 30분 전에는 자막을 통해 신화 내용을 알려주고, 공연 중간에도 제목을 넣어 ‘아, 이게 환웅과 웅녀의 사랑의 2인무구나’ 또는 ‘이 장면은 호족의 전쟁이구나” 라고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오는 21,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서울시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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