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이야기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만 나오는듸…

등록 2015-05-20 19:03

사진 ‘판소리만들기-자’ 제공
사진 ‘판소리만들기-자’ 제공
소리꾼 이자람 4년만에 판소리 무대로
<사천가>나 <억척가>는 잊어라! 두 작품에서 잔뜩 들어갔던 힘을 이제 확 뺐다. “사천가나 억척가를 할 때 모든 힘을 동원해 영웅적 서사를 노래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일상을 잔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노래합니다.”

소리꾼 이자람이 4년 만에 판소리 무대에 오른다. 직접 대본을 쓰고 작창한 <판소리단편선2 이방인의 노래>다. 지난 16일 그를 만났다. 그런데 새 작품이 뜻밖이다. ‘이자람표 브레히트 판소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른 작가의 소설을 들고 나왔다. ‘이방인의 노래’의 원작은 <백년 동안의 고독> 등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 <잘 가요, 대통령님>(Bon Voyage, Mr.President!)이다.

뜻밖의 선택은 작품 내용에서도 뚜렷하다. 앞선 두 작품이 영웅 서사, 비극 서사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생활인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는 라사라와 오메로 부부는 병원 엠뷸런스 기사로 일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 앞에 고국의 전직 대통령이 나타난다. 숱한 오해 끝에 ‘사람’으로서의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는 게 줄거리다. 이 작품의 마지막 대목은 영웅 대신 보통사람을 다루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 이야기 속에는 슈퍼맨도 없고 나쁜 놈도 없고 평범한 사람들만 나오는듸….”

브레히트 원작 ‘사천가’와 달리
이번엔 마르케스 단편 원작 삼아
생활인 일상 담은 ‘이방인의 노래’

“소리꾼 의견 피력 않고 물러나…
관객이 직접 인물 만났으면”

이자람은 다섯살 때 아빠 이규대(포크 듀오 바블껌 멤버)와 함께 부른 창작동요 ‘내 이름 (예솔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이 된 이자람은 <춘향가> 최연소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7년 <사천가>를 시작으로 <억척가>까지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킨 뒤 프랑스, 루마니아, 우루과이, 브라질, 뉴욕, 런던, 폴란드, 호주 등 해외에서 공연했다. 지금까지 그의 판소리 공연 누적관객은 국내외에서 12만 명을 넘겼다.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활약한다. 인디 밴드 ‘아마도 이자람밴드’는 그가 판소리가 아닌 또 다른 음악적인 끼를 발산하는 통로다.

이번 ‘이방인의 노래’에선 작품 내용 뿐 아니라 전달방식에서도 힘을 뺐다. 전통적인 판소리에서 소리꾼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모든 걸 아는 소리꾼이 관객에게 모든 걸 다 설명해줬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자람은 관객이 인물을 직접 만나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사건과 인물의 대화만 보여준다. 다소 어렵지만, 이자람의 설명을 들어보자. “판소리는 노래로 하는 ‘소리’와 말로 하는 ‘아니리’로 구성됩니다. 이번 작품에선 소리꾼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피력하는 아니리가 거의 없어요. 인물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직접 얘기하게 하지요. 인물의 대사를 소리(노래)로 표현하지도 않아요. 인물의 대사에 작창을 하면 소리꾼의 관점까지 들어가게 되니까요.” 소리꾼의 주관적인 입장인 의견을 줄이고 좀 더 객관화하려는 이자람의 노력이 엿보인다.

‘판소리의 무대화’ 작업을 계속해온 이자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소설의 무대화’를 고민해온 박지혜 연출과 함께했다. 21~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2677-511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