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를 몇 번 맡아는데, 그때마다 한국인을 우승시키는 날이 오도록 지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라 무척 기쁘다. 그의 연주 소리는 홀을 압도했고, 심사위원 모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씨가 ‘2015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순간 스승 김남윤 교수는 벅찬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김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한 임씨를 어릴 때부터 지도해왔다.
유학을 하지 않은 순수 국내파인 임씨는 지난 3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바이올린 부문 1위에 올랐다. 콩쿠르의 성악 부문에서 홍혜란·황수미씨가 1위에 오른 적은 있지만, 기악 부문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또다른 ‘세계 3대 콩쿠르’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기악 부문에서도 한국인 첫 우승이다.
임씨는 “오늘 아침에는 전과 달리 신곡을 연주해야 해서 긴장이 됐다. 하지만 정작 무대에서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12명이 겨루는 결선의 연주곡은 경쟁 부문에 참가한 신예 작곡가의 작품이어서, 연주자가 처음 맞는 생소한 곡이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2만5천유로(3035만원)의 상금과 함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바이올린을 4년간 임대받는다.
그는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해,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를 차지했다. 오는 8월13일에는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한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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