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를 화백으로 높여 부르듯 조각계에서는 그에게 각백(刻伯)이란 존칭을 붙이곤 했다.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로, 평생 선비 같은 삶을 살며 존경을 받았던 우성 김종영(1915~1982)은 손질을 절제하는 ‘불각(不刻)의 미’를 표방한 조각들을 만들었다. 브랑쿠시, 아르프 등 서구 추상조각 거장들의 조형적 영향을 받았지만, 꼿꼿한 자태로 선비의 문기 또한 발산하는 그의 철제, 목제 조각상들은 한국 조각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다.
김종영의 탄생 100돌을 맞아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을 살펴보는 전시마당들이 차려졌다. 서울대 미술관의 ‘김종영의 조각, 무한 가능성’ 전(7월26일까지)을 우선 주목할 만하다. 김종영의 대표작들과 동시대 활동한 다른 조각가,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살펴보는 자리다. 핵심 작품은 1953년 국전에 출품한 국내 최초의 추상조각 ‘새’다. 나무의 섬세한 결을 살리며 자연의 물성을 강조한 대표작이다. 해방 전 깎은 ‘조모상’ ‘소녀상’과 ‘꿈’, ‘전설’ 같은 50년대 초창기 조각상들도 나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폴 세잔, 추사 김정희의 작품들과 함께 선보인다. 일본 도쿄미술학교 유학을 마친 뒤 34살에 서울대 조소과 교수로 부임해 30년간 교육자로 봉직한 발자취들도 각종 자료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뒤이어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8월6~28일 ‘김종영과 그의 빛’ 전을 열어 김종영의 집안 내력과 성장과정, 수업시대, 주요 활동 등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대가의 삶을 재구성한다. 두 전시의 내용들은 김종영의 고향인 경남 창원의 경남도립미술관에서 9월10일부터 열리는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 전(12월9일까지)에서 하나로 묶여 지역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도판 서울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