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원작자 이와이 히데토 인터뷰
원작자 이와이 히데토 인터뷰
‘이와이, 당신은 어쩌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나왔다.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었다. ‘알바’를 했다. 같이 먹고 자던 동료의 행동이 너무 싫었지만 싫다는 얘기를 못했다. 용기없는 자신이 미웠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고 골방에 틀어박혔다. 종일 ‘월드컵’ 축구게임과 격투기, 영화에 탐닉했다. 16살 때 들어가 20살에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작가, 연출가, 배우인 이와이 히데토(41)는 그때 경험을 희곡으로 썼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의 원작이다. 최근 공연장에서 그를 만났다. 박근형 연출의 이 작품에는 히키코모리의 ‘사회 복귀’를 돕는 출장 상담원 토미오가 나온다. 그도 히키코모리였다. 토미오는 8년째 집에만 머물며 부모를 때리는 20살 타로를 만난다. 20년간 방안에 틀어박혀 쓰레기 더미로 변한 40대 카즈오도 만난다. 국내에선 좀체 접할 수 없던 히키코모리의 생생한 실상이다. 히키코모리는 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는 시점부터 나왔다. 이른바 ‘로스트 제너레이션’,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한 때다.
16~20살 실제 경험 희곡으로
“밖의 삶이 꼭 행복할까요?
관객에 그 질문 던지고 싶어” -‘이와이,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짧게 설명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시니컬한 세대다. 전후 고도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열광적이지 못하다.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망하고 아버지들이 실직자가 되는 걸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그래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1970, 80년대에 태어나 1990, 2000년대를 산 세대로 아예 정규직은 꿈도 못 꾼 채 프리타(프리+아르바이터)로 전전한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걸 깨달은 세대다. -‘하지만 이와이, 그렇다고 모두 골방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던데?’ “사회적 요인이 크지만, 선택은 개인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행동이나 차림새가 이상하지 않은지, 대인공포와 시선공포를 느꼈다.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성공만이 올바른 삶이 아니라, 다른 많은 가능성을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진다. 모든 아이들이 가족·학교·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학교와 부모는 ‘좋은 학생과 좋은 대학’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강요한다. 그 틀에 맞추면 정상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이다. 강요된 기준에 미달하는 아이들은 ‘배제’된다. 왕따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따돌림이다. ‘밖’이 강요한 게 왕따라면 ‘안’이 할 수 없이 수용한 게 히키코모리다. -‘그렇다면 이와이, 히키코모리가 꼭 밖으로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연극에서 가즈오는 알바 자리를 얻어,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자살을 선택했다. 히키코모리를 세상으로 끌어냈지만, 경쟁과 획일이 판치는 밖의 삶이 꼭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객에게 그 문제를 던지고 싶었다.” 히키코모리 출신 작가와 ‘70분 대화’가 끝났다. 골방에서 게임, 만화, 레슬링에 탐닉하는 것보다 더 뜨겁고 의미 있는 삶은 대체 뭔가. 이와이는 ‘여러분의 사회적 삶은 과연 히키코모리보다 나은가’라고 묻는 듯했다. 2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일본의 작가, 연출가, 배우인 이와이 히데토.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밖의 삶이 꼭 행복할까요?
관객에 그 질문 던지고 싶어” -‘이와이,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짧게 설명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시니컬한 세대다. 전후 고도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열광적이지 못하다.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망하고 아버지들이 실직자가 되는 걸 직접 눈으로 지켜봤다. 그래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1970, 80년대에 태어나 1990, 2000년대를 산 세대로 아예 정규직은 꿈도 못 꾼 채 프리타(프리+아르바이터)로 전전한다. 처음으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걸 깨달은 세대다. -‘하지만 이와이, 그렇다고 모두 골방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던데?’ “사회적 요인이 크지만, 선택은 개인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행동이나 차림새가 이상하지 않은지, 대인공포와 시선공포를 느꼈다. 사회적으로는 경제적 성공만이 올바른 삶이 아니라, 다른 많은 가능성을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인간관계는 대부분 가정과 학교에서 이뤄진다. 모든 아이들이 가족·학교·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학교와 부모는 ‘좋은 학생과 좋은 대학’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강요한다. 그 틀에 맞추면 정상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이다. 강요된 기준에 미달하는 아이들은 ‘배제’된다. 왕따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따돌림이다. ‘밖’이 강요한 게 왕따라면 ‘안’이 할 수 없이 수용한 게 히키코모리다. -‘그렇다면 이와이, 히키코모리가 꼭 밖으로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연극에서 가즈오는 알바 자리를 얻어,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 자살을 선택했다. 히키코모리를 세상으로 끌어냈지만, 경쟁과 획일이 판치는 밖의 삶이 꼭 행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객에게 그 문제를 던지고 싶었다.” 히키코모리 출신 작가와 ‘70분 대화’가 끝났다. 골방에서 게임, 만화, 레슬링에 탐닉하는 것보다 더 뜨겁고 의미 있는 삶은 대체 뭔가. 이와이는 ‘여러분의 사회적 삶은 과연 히키코모리보다 나은가’라고 묻는 듯했다. 2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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