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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드래곤 전시, 너무 일렀던 걸까

등록 2015-06-08 19:15수정 2015-06-09 11:30

거울을 배경으로 창을 든 천사와 밑에 깔린 악마의 상으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형상화한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상.
거울을 배경으로 창을 든 천사와 밑에 깔린 악마의 상으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형상화한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상.
서울시립미술관 ‘피스마이너스원’ 전

작가들과 협업한 결과물이라지만
미디어아트 난해한 영상만 가득
지드래곤만의 이야기 보이지 않아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27·사진·본명 권지용)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에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건 뭘까. 시각적 이미지로 연출된 음악일까. 첨단 패션일까. 아니면, 그가 비장한 컬렉션일까.

서울시립미술관이 9일부터 서소문 본관에서 시작하는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작가 14팀의 협업전시 ‘피스마이너스 원:무대를 넘어서’는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대중음악스타 기획전이다.

이런 의미와 별개로 전시장에서 지드래곤만의 캐릭터 파워를 찾기는 힘들다. ‘피스 마이너스 원’이란 제목은 평화로운 이상 세계와, 결핍된 현실이 공존하는 스타의 음악세계 내면을 상징한다고 했지만, 초현실적 분위기의 2층 전시실 한켠은 지드래곤이 수집했다는 다양한 의자, 가구, 그림 등으로 채워진 고급스런 ‘패션 룸’이었다.

14/8일 전시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는 지드래곤.
14/8일 전시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는 지드래곤.
대화와 교감을 통해 스타의 음악세계를 풀어냈다는 3층의 협업작가 전시실은 지드래곤 내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대체로 미디어아트의 난해하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따로 펼쳐놓은데 가깝다. 시각미술로 해석된 스타의 음악을 통해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찾겠다는 미술관 쪽 취지와 달리 메시지는 모호하고 이미지는 단편적으로 들어온다. 사실 이 전시에서 지드래곤이 주도하는 공간은 공사장 비계를 재활용한 들머리 통로를 지나 작가그룹 패브리커가 만든 2층의 (논)픽션 뮤지엄 공간까지다.

지드래곤의 낮은 육성과 그의 영상이 어두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전시의 마지막 작품 ‘룸 넘버 8’. 지드래곤과 아티스트 그룹 사일로랩이 함께 만든 작업이라고 한다. 사진 노형석 기자
지드래곤의 낮은 육성과 그의 영상이 어두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전시의 마지막 작품 ‘룸 넘버 8’. 지드래곤과 아티스트 그룹 사일로랩이 함께 만든 작업이라고 한다. 사진 노형석 기자
손동현 작가의 ‘힙합연대기’. 전통 민화의 문자도 형식에 힙합 대가들의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엮어 그린 독특한 그림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손동현 작가의 ‘힙합연대기’. 전통 민화의 문자도 형식에 힙합 대가들의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엮어 그린 독특한 그림이다. 사진 노형석 기자
논픽션뮤지엄에는 지드래곤이 공연 틈틈이 수집한 영국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들과 보석 모자, 손 조형물, 자개를 수놓은 디자인 의자 등이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공간에 놓여있다. 2층 다른 한켠과 3층은 참여한 협업작가들의 다기한 미디어, 회화, 조각 작업들 일색이다. 현실과 가상의 관계를 빛을 통해 조명한 제임스 콜라의 형광 작업과 전통 민화의 문자도 형식에 힙합 뮤지션들 초상을 그린 손동현 작가의 그림이 맞는다.

지드래곤을 느끼게 하는 작업은 노래 <쿠데타>를 모티브 삼아 그의 무대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느껴보게 한 2인 그룹 방&리의 설치작업과 천사와 악마로 표상된 지드래곤의 이중적 면모를 표현한 권오상씨의 사진조각 정도다. 3층에는 일상과 신화, 혼종 생명체, 괴물 등을 그린 파비앙 베르쉐르의 벽화를 필두로 시간성 물질성을 해체하고 재조합한 소피 클레멘츠의 영상과 로댕,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디지털 조각으로 재해석한 콰욜라의 이색 조각작품들이 들어서있는데, 지드래곤과는 별개의 전시인 것처럼 비친다.

함께 준비한 미술관 쪽과 연예기획사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기획자들은 대중스타의 빤한 홍보 행사로 비치지 않도록 전시장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동선도 말끔하게 정리했다.

미술관 2층 통로에 있는 제임스 클라의 형광 조명 설치작품.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물리현상 등을 표현하며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사진 노형석 기자
미술관 2층 통로에 있는 제임스 클라의 형광 조명 설치작품.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물리현상 등을 표현하며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사진 노형석 기자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중문화와 미디어아트의 접점을 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전이지, 지드래곤의 정체성이나 생각들을 이미지로 증폭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문외한이 봐도 지드래곤의 색깔을 확고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콘텐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 작가들의 구작과 스타 컬렉션들이 맥락없이 교차한다는 점 등도 그렇다.

지드래곤은 8일 개막 간담회에 나와 “공연, 앨범 제작 때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대중과 만나는 전시를 하고싶었다”고 했다. 그의 의욕이 21세기 포스트뮤지엄을 표방하는 김홍희 미술관장의 의도와 만난 셈이다.

미술관 2층 넌픽션뮤지엄에 전시된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란 뜻의 영문이 빛나는 이 작품은 지드래곤이 구입, 소장해온 미술품 컬렉션 중 일부다. 사진 노형석 기자
미술관 2층 넌픽션뮤지엄에 전시된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나는 당신을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란 뜻의 영문이 빛나는 이 작품은 지드래곤이 구입, 소장해온 미술품 컬렉션 중 일부다. 사진 노형석 기자
하지만, 세대 감수성에 근거한 아이돌 스타인 그는 패션, 음악성 등에서 축적된 예술적 아카이브 기반이 별로 없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기획의 곡예를 부리더라도 이런 맹점들을 벗어날 수는 없다. 전시가 초점을 잃고 홍보 전시인지, 또다른 현대미술 기획전인지 혼돈스러워지는 건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8월23일까지. (02)2124-88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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