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의 동명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광복 70주년 기념 창작 뮤지컬 <아리랑>이 베일을 벗었다. 9일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 조정래 작가, 고선웅 연출(오른쪽부터).
신시컴퍼니 제공
12권 대하소설 2시간 창작공연으로
구한말~일본패망까지 ‘민초투쟁’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재편
20인조 심포니 ‘아리랑 변주’ 기대
구한말~일본패망까지 ‘민초투쟁’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재편
20인조 심포니 ‘아리랑 변주’ 기대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공연계의 키워드는 ‘역사’다. <영웅>, <덕혜옹주>, <주몽>, <명성왕후>가 잇따라 무대에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여기에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아리랑>이 오는 7월 개막을 예고하며 ‘무대 위 역사 전쟁’에 동참했다.
뮤지컬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이다. 신시컴퍼니가 3년여에 걸쳐 기획·제작했으며, 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9일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정래 작가, 고선웅 연출을 비롯한 배우들은 ‘긴장과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조정래 작가는 “역사란 지난 세월, 과거가 아니고 현재·오늘을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나라를 잃은 불운과 치욕, 저항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새 삶의 바로미터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우리 운명”이라며 “광복 70주년에 뮤지컬 <아리랑>이 나온다는 것은 망각의 딱지를 벗겨내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땅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간적으로 ‘구한말∼일제강점기∼일본패망’, 공간적으로는 ‘김제평야∼하와이 사탕수수 농장∼러시아 사할린과 중앙아시아 벌판∼상해 임시정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 담긴 12권의 대하소설이 2시간 남짓한 뮤지컬로 만들어지는데 대한 걱정도 많았을 터. 하지만 조 작가는 “작가의 생각이 무대 위에서 바뀔 때, 그 특성에 맞게 둬야지 개입하면 작품이 산으로 간다. (연출자에) 신뢰가 있어 대본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이 대하소설을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박명성 대표는 “몇 년 전 뮤지컬 <아이다>를 보는데, 누비아 백성이 핍박받고 조국에 돌아가고 싶은 처절함을 노래하는 대목에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이 생각났다”는 말로 뮤지컬 <아리랑> 제작 동기를 밝혔다. 고선웅 연출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지다’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 폭소를 자아냈다. 고 연출은 “뭐라고 형언할 수 없음, 뿌듯함을 표현하는 말”이라며 “속으론 슬픈데 겉으론 울지 않는 ‘애이불비’가 연출의도다.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아리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성녀가 감골댁을 맡았고, 서범석·안재욱(독립운동가 송수익), 김우형·카이(일제 앞잡이 양치성)·윤공주·임혜영(수국) 등이 합류했다. 국립창극단 이소연이 옥비 역으로 출연해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를 오가며 한국의 색을 입힐 예정이다. 음악적으로는 20인조 오케스트라에 실려 전해질 진도 이라랑, 밀양 아리랑 등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도 기대를 모은다. 7월16일~9월5일 엘지아트센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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