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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교토의 한국문화재 지킴이’ 정조문 선생 시선대로 찍었다”

등록 2015-06-21 19:04수정 2015-06-22 10:17

사진가 최재용씨
사진가 최재용씨
고려미술관 기록 사진전 연 최재용씨
서늘한 석양의 그늘 속에, 이끼와 수풀 숲 사이에 이국땅에서 수백년 버텨온 우리 문화유산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웃음 짓는 무인상의 검푸른 얼굴과 토기와 옹기 항아리들, ‘高麗’(고려)라고 새겨진 담장의 수막새 기와, 석탑·석등의 닳디닳은 몸체들이 사진 속에서 빛나고 있다.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의 북쪽 변두리 주택가에 자리한 고려미술관의 적막한 풍경이다.

사진가 최재용(47)씨가 지난해 고려미술관을 찾아가 찍은 유물과 풍경 사진들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서울 신문로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정조문의 집’이다. ‘일본의 간송’으로 불리는 재일동포 사업가 고 정조문(1918~89)씨가 평생 현지에서 모은 우리 문화유산들과 이 컬렉션을 토대로 88년 세운 고려미술관 곳곳을 작가의 감성적 시선으로 살펴본 기록들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땀과 노력으로 미술관을 만든 정조문 선생의 살아 있을 적 시선을 의식하며 찍었다”고 했다.

“고려미술관은 정 선생이 살던 집 위에 세워졌습니다. 유물뿐 아니라 이끼, 풀, 잔돌 같은 것들에도 고인의 손길이 안 닿은 데가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미술관 안팎 모든 곳에 선생의 숨결과 눈빛,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봐야지요. 고인의 세세한 눈길을 앵글 속에서 살리고 싶었습니다. 전시장 입구 바닥에 모니터를 놓고 미술관 마당 사진들을 재현해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의도입니다.”

‘만두’란 가명으로 사진 이미지들을 엮는 콜라주 작업을 해온 그가 고려미술관을 마음에 심은 건 2013년부터다. 미술사학자 최선일, 영화감독 황철민, 평론가 최광희씨가 정씨의 삶을 담은 다큐영화 <정조문의 항아리> 제작추진위원회를 꾸렸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곧장 후원인으로 합류했다. “알고 보니 정 선생이 돌아가셨던 89년 2월 저도 교토에 여행 와서 배회하고 있었더라고요. 사업으로 번 돈을 일본에 흘러온 조선 유물 수집에 바쳤고, 분단 때문에 끝내 조국 땅을 밟지 않았던 정 선생의 투철한 삶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부끄러웠고, 사진가로서 갚아야 할 의무라는 마음에서 이번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전시는 잘 차렸지만, 최 작가는 머릿속이 착잡하다. 영화 <정조문…>은 지난해 완성됐지만, 배급 문제로 개봉이 미뤄지고 있고, 고려미술관도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는 “고려미술관의 존재와 의미를 더욱 널리 알리는 게 전시의 중요한 목적”이라며 “정 선생이 역경을 뚫고 일본에 만든 우리 문화유산의 보금자리를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일까지. (02)730-5604.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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