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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돌아온 돈키호테의 ‘실험정신’

등록 2015-06-21 19:35

조각가 성동훈 신작전 ‘가짜 왕국’
철 찌꺼기 등 다양한 재료로 풍자
대작 ‘코뿔소의 가짜 왕국’ 앞에 선 성동훈 작가.
대작 ‘코뿔소의 가짜 왕국’ 앞에 선 성동훈 작가.
철조각을 만드는 일은 철공소 노동자의 신산한 공정과 다를 바 없다. 방염면 쓰고 불꽃 튀는 용접기를 대면서 스케치한 구상에 맞는 질감과 형상을 다듬어내는 작업은, 조그만 철조각 하나라도 어지간한 체력과 인내 없이는 엄두를 못 낸다. 조각계에서 ‘돈키호테’로 불려온 성동훈(48) 작가는 이런 철조각 작업을 20여년 거듭해왔다. 각종 산업용 고철, 시멘트 같은 험한 재료들만 골라 씨름하며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수미터짜리 거대 철조각을 주로 만들었고, 꾸준히 전시를 벌여 내놓았다. 매끈한 추상 금속조각 위주로 건물 장식물 제작에만 급급하는 기존 조각계와 다른 길을 고집해온 것이다. 별명이면서 그에게 명성을 안긴 돈키호테 연작은 이런 기질을 담은 대표작이다. 육중한 고철조각들로 말탄 돈키호테상의 꼬장꼬장한 풍모를 여러 각도로 빚어낸 연작은 개구쟁이 같은 작가의 소년적 감성과 시대에 대한 저항의식을 함께 보여준다.

성 작가가 5년 만에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신작전을 차렸다. ‘가짜 왕국’이란 전시 제목에 걸맞게 진실과 위선, 거짓이 혼재하는 시대상과 현실을 풍자한 초현실적 분위기의 동물·인물상, 가구 등을 들고 왔다. 돈키호테 연작의 풍자성은 여전하지만, 청화백자 도자기와 철 찌꺼기인 슬래그 등 낯선 재료들을 접합한 작업들을 내놓아 실험성이 강해졌다. 특히 슬러지로 만든 ‘탁자’에서 보이듯 슬러지 조각들은 화산암, 현무암 표면 같은 거칠고 질박한 질감이 돋보인다.

작가는 수년간 중국, 대만, 인도 등에 머물면서 철 외의 다양한 재료들을 만지며 좌충우돌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작들을 만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슬러지는 원래 용접이 되지 않는 재료인데, 각고의 노력 끝에 철조각과 융합시키는 방식을 터득해 작품화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슬러지와 청화백자, 플라스틱 구슬 등을 용접하거나 끼워 맞춰 만든 2톤짜리 코뿔소상 ‘코뿔소의 가짜 왕국’과 304개의 도자기 구슬이 박힌 채 거꾸로 매달린 철제 상어상으로 침몰한 세월호를 표상한 ‘검은 통곡’ 등이 주목된다. 재료 탐구에 매달리며 철조각의 조형적 가능성을 넓혀가려는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눈에 잡힌다. 7월12일까지. (02)736-4371.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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