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 뿌리 엮은 화해의 춤”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전통문화가 만난다. 일본의 전통설화 ‘도조지'(道成寺, 도성사)가 한국의 전통무용과 전통음악, 일본의 전통 타악 리듬을 빌려 〈하얀 도성사〉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3, 4일 서울 호암아트홀 무대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다.
재외동포 첫 승무 살풀이춤 이수자
일본내 선보여 “절묘하다” 호평
남편 김덕수씨 만나 전통무용에 흠뻑 “남녀간의 사랑과 증오, 복수를 그린 원작의 흐름을 해탈과 화해로 이끌어냄으로써 한국과 일본 사이에 뿌리 깊은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요즘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일본에 한국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전통 무용과 음악을 일본의 정서가 배어 있는 설화에 담아서 소개하려는 뜻도 있고요.” 일본 전통설화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한국 전통춤으로 소개할 한국무용가 김리혜(51)씨는 7일 “화해의 메시지와 새로운 한류 트렌드로서의 전통문화 소개가 이번 공연의 두 축”이라고 밝혔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국외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무형문화재 27호 승무와 97호 살풀이춤의 이수자로 지정되었으며, 수많은 국외공연에 참가해 전통무용과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 ‘도조지’는 일본 최초의 역사서인 〈고지키(고서기)〉에 나오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설화로, 중세 일본의 스님 안진에게 배신당한 기요히메가 큰 뱀이 되어 그를 쫓아 복수를 하려다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공연장르인 노, 가부키, 분라쿠의 형식으로 자주 공연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씨의 각색과 안무, 춤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원작의 내용에 ‘화해’의 부분을 추가해 한국의 경기도당굿 장단과 일본의 노 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운데 춤으로써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했다”며 “원제목 ‘도조지’에 ‘하얀’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도 바로 ‘백의 민족’, 한국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초연되었으며, 2004년부터 일본 각지에서 워크숍이 열리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02년 도쿄에서 열린 ‘한일음악제’에서 일본 전통음악에 맞춰 승무를 추었는데, 당시 일본 노 음악의 대가인 센바 기요히코가 한국의 ‘한’이 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원한뿐만 아니라 애절함과 기쁨, 슬픔이 어우러진 정서라고 설명했더니 그가 ‘도조지’가 일본의 한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추천하더군요.” 그는 “당시 일본 공연에서 ‘마지막 제4막에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미처 몰랐다’, ‘한국무용이 너무 아름답고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주오대(중앙대) 문학부 2년에 다니던 1973년 문교부의 ‘해외교포 모국방문 하계학교’에 참가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뒤 ‘어렴풋하게 느꼈던 조국과 민족의 실체를 알게 돼 충격을 받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그 뒤 81년 5월 홀로 한국에 귀국해 영구이주하면서 그에게 장구를 가르치며 82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김덕수(53·김덕수 사물놀이 리더)씨의 소개로 한국무용의 1인자인 이매방 문하생으로 들어가 전통무용을 배웠다.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남편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장고를 비롯해 김정희(꽹과리, 징), 이성준(대금), 최종관(아쟁), 박종호(판소리)씨 등 한국연주진과 센바 기요히코(고즈쓰미 연주)가 이끄는 일본의 최고 타악연주자들이 참가한다. 이 공연은 11월13일부터 17일까지 일본 기타큐슈와 나고야, 도쿄, 오사카 등에서도 공연된다. (02)2232-7952.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사)사물놀이 한울림 제공
일본내 선보여 “절묘하다” 호평
남편 김덕수씨 만나 전통무용에 흠뻑 “남녀간의 사랑과 증오, 복수를 그린 원작의 흐름을 해탈과 화해로 이끌어냄으로써 한국과 일본 사이에 뿌리 깊은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요즘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일본에 한국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전통 무용과 음악을 일본의 정서가 배어 있는 설화에 담아서 소개하려는 뜻도 있고요.” 일본 전통설화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한국 전통춤으로 소개할 한국무용가 김리혜(51)씨는 7일 “화해의 메시지와 새로운 한류 트렌드로서의 전통문화 소개가 이번 공연의 두 축”이라고 밝혔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국외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무형문화재 27호 승무와 97호 살풀이춤의 이수자로 지정되었으며, 수많은 국외공연에 참가해 전통무용과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 ‘도조지’는 일본 최초의 역사서인 〈고지키(고서기)〉에 나오는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설화로, 중세 일본의 스님 안진에게 배신당한 기요히메가 큰 뱀이 되어 그를 쫓아 복수를 하려다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공연장르인 노, 가부키, 분라쿠의 형식으로 자주 공연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씨의 각색과 안무, 춤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원작의 내용에 ‘화해’의 부분을 추가해 한국의 경기도당굿 장단과 일본의 노 음악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운데 춤으로써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했다”며 “원제목 ‘도조지’에 ‘하얀’이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도 바로 ‘백의 민족’, 한국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초연되었으며, 2004년부터 일본 각지에서 워크숍이 열리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02년 도쿄에서 열린 ‘한일음악제’에서 일본 전통음악에 맞춰 승무를 추었는데, 당시 일본 노 음악의 대가인 센바 기요히코가 한국의 ‘한’이 뭐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원한뿐만 아니라 애절함과 기쁨, 슬픔이 어우러진 정서라고 설명했더니 그가 ‘도조지’가 일본의 한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추천하더군요.” 그는 “당시 일본 공연에서 ‘마지막 제4막에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미처 몰랐다’, ‘한국무용이 너무 아름답고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주오대(중앙대) 문학부 2년에 다니던 1973년 문교부의 ‘해외교포 모국방문 하계학교’에 참가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뒤 ‘어렴풋하게 느꼈던 조국과 민족의 실체를 알게 돼 충격을 받고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그 뒤 81년 5월 홀로 한국에 귀국해 영구이주하면서 그에게 장구를 가르치며 82년 부부의 인연을 맺었던 김덕수(53·김덕수 사물놀이 리더)씨의 소개로 한국무용의 1인자인 이매방 문하생으로 들어가 전통무용을 배웠다. 이번 한국 초연에서는 남편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장고를 비롯해 김정희(꽹과리, 징), 이성준(대금), 최종관(아쟁), 박종호(판소리)씨 등 한국연주진과 센바 기요히코(고즈쓰미 연주)가 이끄는 일본의 최고 타악연주자들이 참가한다. 이 공연은 11월13일부터 17일까지 일본 기타큐슈와 나고야, 도쿄, 오사카 등에서도 공연된다. (02)2232-7952.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사)사물놀이 한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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