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극단 유랑선 제공
극단 유랑선 연극 ‘검군전, 후’
언뜻 보기엔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친 연극이다. 대기업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직원이 비리를 고발하고 자살하는 과정을 다뤘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자본에 투항한 언론 문제와 맞짱 뜬 연극이다. 기자가 노동자 자살사건을 파헤치다 위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극단 유랑선의 <검군전, 후>(김진 작, 차병호 연출)는 자살한 비정규직의 행적, 대기업이 개인을 파괴하는 과정을 실제 내부고발자의 인터뷰와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33살 개띠, 동갑인 작가와 연출의 문제의식은 세월호, 노동 문제 등에 침묵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시작됐다. “우리 스스로 동시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바뀌는 것 아닌가요?” 차병호 연출의 말이다.
■ 내부고발자 통해 침묵의 시대 비판
대기업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도심에서 ‘얼차려’가 가해진다. 보수언론의 기자가 보도하자 비난이 들끓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직원이 자살한다. 대기업은 “자살한 직원은 비리가 적발되자 얼차려 제보를 날조했다”고 발표한다.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혀 기자를 궁지로 몬다. 하지만 기자는 유족으로부터 직원이 자살 직전 <삼국사기>의 검군전을 필사했단 얘기를 듣고, 유서를 입수한다. 검군은 신라 때 곡식창고 관리인으로, 동료들이 곡식을 훔치는 데 홀로 가담하지 않았다가 화를 당한다. 유서에는 대기업이 불법 하도급을 문제 삼은 비정규직원을 매장시키려 저지른 행위와 동료끼리 서로 죽이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 담겨 있었다.
취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때쯤 대기업의 압력을 받은 언론사는 보도를 막고 기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결국 기자는 검군과 자살한 직원과 똑같은 고통에 직면한다. 기자-검군-비정규직의 개인적 고뇌가 보편적 고뇌로 변하는 순간이다. 기자는 선택에 몰렸다. 순응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 김진 작가는 부조리에 침묵하는 시대를 비판한다. “내부고발자는 헛된 희생이 아니라 탐욕의 끝으로 치닫는 욕망을 제한하는 파수꾼입니다.”
비리 고발뒤 자살한 비정규직
자살 진실 밝히려는 기자와
사건 덮으려는 대기업·언론사
실제 내부고발자 영상 배치
부조리에 침묵하는 시대 비판 ■ 이지문 등 내부고발자 영상 배치 다큐멘터리 기법은 이 연극의 중심축이다. 연극과 현실을 밀착시키는 도구다. 주요 장면마다 실제 내부고발자들의 영상을 배치했다. 공익신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내부고발자들의 육성을 담았다.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소장, 사학비리 폭로자 등이다. 극중 기자가 카메라로 찍는 장면도 무대 전면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비치도록 했다. 무대와 현실, 배우와 관객의 간극을 없애는 장치다. 여기서 연극 <노란 봉투>(이양구 작, 전인철 연출)가 떠오른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의 ‘손배소 폭탄’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연극에서는 배우가 아닌 게스트를 무대로 불러내, 연극 밖의 현실을 연극 안으로 끌어들였다. 노동현실에 대한 ‘연대의 당위’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 연극의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노란 봉투>에서 현실의 인물이 직접 참여했다면, <검군전, 후>에서는 영상으로 인물이 참여하는 게 다를 뿐이다. 앞선 노동 연극에서도 이런 방식은 있었다. <구일만 햄릿>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직접 출연해 쟁의 장면을 연극에 고스란히 옮겼다. 백혈병 희생자를 다룬 <반도체소녀>에선 지난해부터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직원을 등장시키고 있다. 29일~7월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옛 까망소극장).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자살 진실 밝히려는 기자와
사건 덮으려는 대기업·언론사
실제 내부고발자 영상 배치
부조리에 침묵하는 시대 비판 ■ 이지문 등 내부고발자 영상 배치 다큐멘터리 기법은 이 연극의 중심축이다. 연극과 현실을 밀착시키는 도구다. 주요 장면마다 실제 내부고발자들의 영상을 배치했다. 공익신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내부고발자들의 육성을 담았다.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소장, 사학비리 폭로자 등이다. 극중 기자가 카메라로 찍는 장면도 무대 전면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비치도록 했다. 무대와 현실, 배우와 관객의 간극을 없애는 장치다. 여기서 연극 <노란 봉투>(이양구 작, 전인철 연출)가 떠오른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의 ‘손배소 폭탄’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연극에서는 배우가 아닌 게스트를 무대로 불러내, 연극 밖의 현실을 연극 안으로 끌어들였다. 노동현실에 대한 ‘연대의 당위’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 연극의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노란 봉투>에서 현실의 인물이 직접 참여했다면, <검군전, 후>에서는 영상으로 인물이 참여하는 게 다를 뿐이다. 앞선 노동 연극에서도 이런 방식은 있었다. <구일만 햄릿>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직접 출연해 쟁의 장면을 연극에 고스란히 옮겼다. 백혈병 희생자를 다룬 <반도체소녀>에선 지난해부터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직원을 등장시키고 있다. 29일~7월5일 서울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옛 까망소극장).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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