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 할러웨이가 동화작가 찰스 킹즐리의 작품 <물의 아이들>의 내용을 재해석해 2005~2007년 작업한 ‘워터베이비’ 연작.
제나 할러웨이 수중사진전 ‘더 판타지’
독학으로 익힌 수중사진 ‘외길’
동화에 바탕한 ‘워터베이비’ 등
물 화폭삼아 몸의 아름다움 살려
독학으로 익힌 수중사진 ‘외길’
동화에 바탕한 ‘워터베이비’ 등
물 화폭삼아 몸의 아름다움 살려
에르메스, 베르사체 등의 초고가브랜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깊이 6m 대형 수조에 풍덩 뛰어든다. 자맥질한 모델을 물 속에서 기다리는 이는 스트로보(인공빛) 장착 수중카메라로 중무중한 사진가다. 머리칼과 옷자락 너풀거리며 하늘을 날며 발레하는 듯한 모델의 율동 하나하나를 작가는 장노출로 집요하게 포착한다. 7~8시간 그렇게 찍은 뒤 사진만 건지고 수백만, 수천만원대 옷은 일회용처럼 버린다. 모델이 물에 들어가기 전 머리, 얼굴, 옷 등을 매무새하는 특수분장팀의 준비도 6시간 이상 걸린다. 상식으론 말도 안되는 이런 작업을 왜 생고생하면서 만들까. 20년 가까이 모델, 동물, 다이버들과 작품들을 찍으면서 수중패션사진의 틈새를 연 제나 할러웨이(42)는 말한다. “지상에서는 어려운 물 속의 특별한 매력에 이끌린다. 중력으로부터의 자유, 사람들이 경외심을 갖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세상에 마술적인 것이 있다면 아마도 물 속에 있을 것’이란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의 말을 좋아한다.”
<한겨레> 주최로 3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수중사진가 제나 할러웨이의 사진전 ‘더 팬터지(환상)’는 물과 사람의 몸이 만나 빚어내는 마술 같은 세계다. 작가는 인간에게 물질적 경계가 되는 물을 화폭삼아 빛으로 몸이 지닌 동적인 감각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려낸다. 이집트 등에서 스쿠버 안내원을 하다 사진을 독학해 95년 이래 수중사진가 외길을 걸어온 내공이다. 색감과 율동 등이 돋보이는 특유의 미학은 지난해 세계적인 컬렉터 찰스 사치가 소장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전시장에는 90년대 초창기 미니 작업부터 수중사진가로 성가를 굳힌 2000년대 초반기와 동화 등에 바탕한 연작들을 쏟아낸 최근까지의 주요 작업 200여점이 내걸렸다. 먼저 눈을 맞는 건 그리스신화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영감 받은 연작들. <비인스파이어드> 패션지에 실은 근작들로 여신풍 모델이 물거품 속에서 다채로운 몸짓으로 여성미를 발산한다. 뒤이어 사치가 선택한 대표작 ‘스완송(백조의 노래)’ 연작(2009~2014)이 보인다. 백조처럼 깃털옷으로 둘러싸인 소녀가 물속 심연에 가라앉으면서 덧없이 존재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작가적 예술성을 인정받은 분기점처럼 평가된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동심의 고난을 담은 찰스 킹슬리의 소설 <물의 아이들> 주요장면을 아이, 동물이 어울린 판타지로 변주한 ‘워터베이비’를 만나게 된다. 제나가 가장 애착을 지닌 작품으로, 아이들과 강아지 등이 꿈 속처럼 물 속을 함께 부유하거나 독특한 일러스트가 삽입된 배경 등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공간 구석구석에 놓인 특별한 방들은 또다른 볼거리다. 전시장 가운데 안쪽에 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사이렌’의 공간에서 두 연작의 고단한 작업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 게 필수다. 꿈틀거리는 모델의 수중 율동을 포착하는 생생한 촬영 과정과 작업 전반에 대한 작가와 스태프의 고뇌어린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작가의 관능적 감각을 집약한 수중 누드상들만 모은 맨 안쪽 구석의 ‘누디룸’, 작가가 쓰는 광각렌즈 등을 모은 출구쪽 아카이브 방도 기다린다. 9월7일까지. (02)580-1300, 710-076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한겨레> 문화사업부 제공,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제나 할러웨이가 동화작가 찰스 킹즐리의 작품 <물의 아이들>의 내용을 재해석해 2005~2007년 작업한 ‘워터베이비’ 연작.
2일 오전 프리오픈한 한가람미술관 전시장에서 관람중인 관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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