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이 뭐기에
담라우 “오페라 아닌 스포츠”
15~19일 서활란 ‘밤의 여왕’ 공연
“최고음 내려 찬물도 안 마셔”
담라우 “오페라 아닌 스포츠”
15~19일 서활란 ‘밤의 여왕’ 공연
“최고음 내려 찬물도 안 마셔”
“이 배역을 노래하는 건 오페라라기보다 차라리 스포츠예요. 그것도 50m 육상경기 세계신기록을 1년에 200번 갈아치우는 정도의 고강도죠.”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44)는 이 말을 남기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에서 영원히 은퇴했다. 2000년대 초중반 세계 오페라 무대를 휩쓸었던 담라우의 밤의 여왕은 2007-2008시즌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가 마지막이었다.
‘누가 뒤를 이을 것인가.’ 오페라 팬들이 술렁였다. 이 배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는 한 세대에 고작 몇 명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하다. 담라우에게 바톤을 넘겨준, 90년대의 ‘여왕’은 소프라노 조수미(53)와 나탈리 드세(50)였다. 유럽 오페라계에 막 발을 디딘 시절의 조수미에게 밤의 여왕은 달콤한 기회였다. 콜로라투라 창법에 자신만만한 조수미에게 밤의 여왕 역 제의가 줄을 이었고, 그는 가히 기악적으로 느껴지는 기막힌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견한 카라얀은 1988년 오디션에서 조수미를 발탁한 직후 “목소리를 아끼라”며 “기관총 쏘듯 부르는 밤의 여왕 아리아는 성대에 무리가 가니 웬만하면 어린 나이에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1막과 2막에 각 한 번씩의 아리아를 부르는 밤의 여왕의 등장 빈도는 주역인 타미노 왕자, 파미나 공주, 파파게노, 파파게나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러나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청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무엇보다 <마술피리>를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 들어봤음 직한 2막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 덕분에 커튼콜에서 주역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곤 한다.
보통 오페라 작품에서 소프라노 가수의 아리아는 가온 도에서 한 옥타브 위의 도나 레가 최고음이지만 이 아리아는 ‘하이 에프’라 불리는 높은 파까지 올라간다. 순차적으로 부드럽게 올라가지 않고, 최고음으로 날아가 단번에 송곳처럼 꽂힌다. 유괴당한 딸을 되찾고자 하는 모정을 표현한 1막의 아리아와 타오르는 분노와 복수심으로 딸에게 살인을 교사하는 2막의 무시무시한 아리아를 대비시키며 음색의 전환을 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더군다나 두 곡 사이의 공백이 1시간 반에 달해 목을 충분히 풀지 못한 상태로 고음을 뽑아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가수가 밤의 여왕 역을 탐내지만 동시에 기피한다. 섣불리 덤볐다가 오히려 평판을 갉아먹을 수 있고, 자칫 성대를 다쳐 성악가의 수명이 단축될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늘 이 배역은 베테랑 가수에게 간다. 15~19일 서울 예술의전당 기획으로 서초동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마술피리>에도 국내에서만 20여회 이상 밤의 여왕을 공연한 소프라노 서활란이 출연한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는 최고음인 높은 파를 내기 위해 에어컨 바람도 안 쐬고 찬물조차 안 마실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무대에는 테너 김우경과 이호철(타미노), 바리톤 공병우와 이응광(파파게노), 소프라노 박현주와 최윤정(파파게나), 베이스 전승현과 김대영(자라스트로), 소프라노 이윤정(밤의 여왕) 등도 함께 출연한다. 중견 연출가 이경재가 연출하고, 임헌정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디아나 담라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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