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당시의 악보 표지.
408년 지나…한국서 드디어 초연
몬테베르디(1567~1643)는 르네상스의 문을 닫고 동시에 바로크의 문을 연 작곡가다. 그는 1607년 최초의 오페라로 불리는 <오르페오>를 작곡했다. 당시 ‘듣보잡 장르’인 오페라를 종합예술로 끌어올려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린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초연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3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이 작품이 최초의 오페라로 불릴까? 어떤 매력을 지녔기에 외국에선 자주 공연될까? 그렇게 중요한 오페라가 국내에선 왜 이제서야 무대에 오를까? <오르페오>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이번 공연의 감상포인트를 짚어봤다.
‘오페라의 아버지’ 몬테베르디 작곡
가사 아닌 음악으로 감정표현 시작
기교·담백함 조화…인기 유지 요인
한국서도 고악기 연주자 늘어나자
2002년 공연 기획…13년만에 빛 봐 ■ “오르페오, 지옥을 감동시켜라” 사실 최초의 오페라는 야코포 페리의 1598년작 <다프네>다. 하지만 악보가 전해지지 않는다. 1600년 같은 페리가 <에우리디체>를 만들지만, 음악적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적 가치로 치면,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사실상 최초의 오페라로 보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감상포인트는 ‘지옥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음유시인 오르페오는 뱀에 물려죽은 아내 에우리디체를 구하려 지옥으로 향한다. 이때, 아내를 잃은 슬픔은 절절해야만 한다. 몬테베르디는 오르페오의 슬픔을 불협화음으로 표현했다. 이 점이 그 이전의 음악과 확연히 구별되는 변화다. 왜냐하면 앞선 시대의 작곡가들은 오직 가사를 통해서만 슬픔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에서 바로크 음악감독을 맡은 정경영 한양대 교수는 “몬테베르디가 가사가 아니라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한 것은 역사적 변화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관객은 ‘음악이 얼마나 위대하면 죽은 사람을 살려낼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옥의 뱃사공을 감동시킬 정도의 작곡이 나와야 한다. 몬테베르디는 악보에 별도의 장식음을 자세히 그려, 가수가 기술·기교를 많이 쓰도록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엔 담백하게 부르도록 했다. 한번은 기교로 감동을 주고, 그 다음엔 담백함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음악적 강점이 <오르페오>가 외국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 “한국서도 한번” 2002년 도원결의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408년이 지나서야 무대에 오르게 됐을까? 먼저 악보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오르페오> 악보를 보면, 비올라다감바, 쳄발로, 류트, 트럼본, 레갈 오르간을 사용하라고 써놓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선 이 악기, 저 부분에선 저 악기가 연주하라’고 콕 찍어 지정하진 않았다. 이 공연에선 양진모 지휘자와 정경영 감독이 “이럴 때 이 악기, 저럴 때 저 악기가 연주하라”고 지정했다. 이는 ‘반은 작곡가가 돼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그 다음 난관은 고악기를 사용하는 문제다. 바로크 음악에 걸맞은 금관 쪽과 바이올린 연주자를 다 채우기 힘든 게 국내 실정이다. 다행히 이번 공연엔 ‘바흐 콜레기움 서울’이라는 고음악 스타일에 익숙한 현대악기 그룹이 참여했다. 그 시대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상황에 맞게 몬테베르디의 감동을 전달하자는 뜻이다. 사실 한국에서 고음악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건 2000년 전후로 역사가 짧다. 이후 바로크 악기 연주자들도 하나 둘씩 늘어났고, 애호가층도 두터워졌다. 2002년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은 미국에서 바로크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제자 정경영을 불렀다. “한국에서도 오르페오 올려보자!” 두 사람의 ‘도원결의’는 13년이 지나 빛을 보게 됐다. 국내초연 <오르페오>는 바로크 오페라의 불모지 한국에서 ‘복사꽃’을 활짝 피울 것인가?
예술총감독 이건용, 연출 김학민(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오르페오 바리톤 한규원·테너 김세일, 에우리디체 소프라노 정혜욱·허진아, 음악의 신 소프라노 정주희, 희망의 신 카운터테너 이희상. (02)399-1783~6.
손준현 기자dust@hani.co.kr
가사 아닌 음악으로 감정표현 시작
기교·담백함 조화…인기 유지 요인
한국서도 고악기 연주자 늘어나자
2002년 공연 기획…13년만에 빛 봐 ■ “오르페오, 지옥을 감동시켜라” 사실 최초의 오페라는 야코포 페리의 1598년작 <다프네>다. 하지만 악보가 전해지지 않는다. 1600년 같은 페리가 <에우리디체>를 만들지만, 음악적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적 가치로 치면,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사실상 최초의 오페라로 보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감상포인트는 ‘지옥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음유시인 오르페오는 뱀에 물려죽은 아내 에우리디체를 구하려 지옥으로 향한다. 이때, 아내를 잃은 슬픔은 절절해야만 한다. 몬테베르디는 오르페오의 슬픔을 불협화음으로 표현했다. 이 점이 그 이전의 음악과 확연히 구별되는 변화다. 왜냐하면 앞선 시대의 작곡가들은 오직 가사를 통해서만 슬픔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에서 바로크 음악감독을 맡은 정경영 한양대 교수는 “몬테베르디가 가사가 아니라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한 것은 역사적 변화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관객은 ‘음악이 얼마나 위대하면 죽은 사람을 살려낼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옥의 뱃사공을 감동시킬 정도의 작곡이 나와야 한다. 몬테베르디는 악보에 별도의 장식음을 자세히 그려, 가수가 기술·기교를 많이 쓰도록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엔 담백하게 부르도록 했다. 한번은 기교로 감동을 주고, 그 다음엔 담백함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음악적 강점이 <오르페오>가 외국에서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3일 <오르페오>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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