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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신을 닮았네, 초상화 속 그녀

등록 2015-07-09 18:41

도판 모딜리아니 전시본부
도판 모딜리아니 전시본부
모딜리아니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36살에 요절한 이탈리아 거장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고대 그리스·로마 고전 조각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사람들은 배경이 생략된 길쭉하고 갸름한 얼굴의 여인 초상과 그의 사후 자살한 부인 잔느 에뷔테른과의 사랑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거장의 삶을 휘감았던 건 피렌체, 베네치아 등지를 여행하던 유년시절 강렬한 굴곡선으로 다가왔던 옛 조각상의 아름다움이었다. 작가는 평생 고전상들을 본떠 스케치했다. 각지고 촉감이 느껴지는 조각의 윤곽선을 어떻게 그림에 표현할까. 옛 신상들의 눈동자 없는 눈매에서 내뿜는 영원의 감성을 어떻게 다시 살려낼까. 훗날 아프리카 조각까지 섭렵하면서 특유의 조형성을 찾으려했던 청년 작가의 노력은 결국 유파를 초월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실존성이 느껴지는 초상화와 누드화로 열매를 맺게 된다.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상 흠모
눈동자 없는 눈매 등 본떠
전세계 40여곳서 빌린 70여점
초상화·누드화·스케치 등 망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객을 맞고있는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은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거장의 회고전이다. 화가의 명성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흥행전이지만, 세계 곳곳 미술관과 개인소장처 등 40여곳에서 빌려온 초기~말년작 유화, 스케치 70여점을 망라해 고전 조각과 질긴 인연을 맺으며 변화를 모색한 모딜리아니의 작품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꾸려졌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세계는 갸름한 얼굴과 긴 목, 우아한 어깨선이 특징적인 초상화로 대변되지만, 전시장의 초기작들은 다소 판이하다. 이탈리아 습작기부터 1906년 프랑스 파리 화단에 정착한 직후에 이르는 이 작품들은 1898년작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길’처럼 인상파적인 색채감을 보여주거나 세잔의 구성적 회화나 야수파적인 원색을 강조한다. 앞면에 ‘모자를 쓴 여인의 누드’, 뒷면에 첫 연인 모드 아브랑트의 초상이 그려진 1906년작 양면그림은 이런 양상을 담은 초기의 대표작격이다. 조각가를 선망하며 거장 브랑쿠시와 교유했던 그의 취향을 드러내는 ‘여인기둥’ 연작들이 다수 나온 것도 이채롭다. 1910~15년대 그린 조각상 구도의 유화, 스케치들이다. 그리스 신전 지붕을 떠받치는 여신상 기둥에서 영감을 얻은 단순한 몸체의 여인기둥상 스케치들은 잘록 길쭉한 모딜리아니 양식의 원형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딜리아니는 가난 탓에 주로 지인들을 모델 삼아 그렸다. 1910년대 파리화단의 후원자, 화가, 문인들을 담은 초상화들은 화풍의 변화상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당대 파리 미술계 분위기를 전해주는 역사적 기록이다. 말년에는 연인 베아트리체와 부인 잔느, 후원자 부인 등 여성들을 대상으로 원숙기 초상화들을 그렸는데, 이 전시에도 ‘앉아있는 갈색머리의 어린 소녀’(큰 사진) 등 다수의 수작들이 출품됐다. ‘머리를 푼 채 누워있는 여인의 누드’처럼 여체의 육감적인 선이 도드라지는 전시 후반부의 누드화들은 고전조각에서 다져올린 인체 묘사의 역량이 말년 총체적으로 꽃핀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체묘사가 한참 농익어갈 무렵 거장은 세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핵으로 이승을 떠났다. 파리 페르라세즈 묘지에 부인 잔느와 합장된 무덤에는 지인들의 마음을 담은 묘비명이 새겨졌다. “이제 영광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죽음이 그를 데려가다.” 10월4일까지. (02)1588-261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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