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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실 음악회의 나비효과

등록 2015-07-13 19:59

지난 7일 일본 도쿄 진난초등학교에서 ‘원 먼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연주자들이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지난 7일 일본 도쿄 진난초등학교에서 ‘원 먼스 페스티벌’에 참가한 연주자들이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더하우스콘서트 제공
7월 내내 열리는 ‘원 먼스 페스티벌’
2002년 서울 연희동, 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의 집 거실에서 시작된 작은 음악회가 유럽, 아시아, 북·남미, 아프리카 등 27개국 155개 도시 432개의 무대로 뻗어나갔다. 피아노 한 대에서 시작한 음악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연주에까지 이르고 무용, 연극, 국악, 재즈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번졌다. ‘더하우스콘서트’의 주최로 7월 한 달간 열리고 있는 ‘원먼스 페스티벌’이다.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언제나’라는 주제 하에 모든 예술가들이 동참하도록 한 문화운동 성격의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가야금 명인 황병기 같은 거장부터 음대생들까지 1500명의 예술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공연은 물론, 기획과 제작, 홍보에까지 나서며 예술의 적극적인 생산자가 되고 있다.

연희동 작곡가 집에서 시작해
27개국 155개 도시로 뻗어나가
정경화·황병기 등 거장부터
음대생들까지 1500명 참가

■ 능동적인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다

이 지구적 축제의 원동력은 ‘자발성’이다. 4명의 기획자들이 축제의 장을 열고 여기에 1500명의 예술가들이 들어와 함께 축제를 완성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오는 16일 강원도 횡성 춘당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깜짝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색소폰 콰르텟 ‘에스위드(S.with)’는 서울 강남·북의 명소 14곳을 에스 자 형태로 잇는 길거리 연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미국에서는 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캐니 배론, 프레드 허쉬 등이 ‘원 먼스 페스티벌’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다른 재즈 연주자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참여했다. 하우스콘서트의 기존 관객들은 ‘하코너’라 불리는 자원봉사자가 되어 매일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공연 현장에 1일 매니저로 활약한다. 이들 중에는 퇴근하자마자 뛰어와 연주자들을 챙기고 관람객을 응대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수석 매니저는 “법적 계약서 없이도 많은 이들이 동참 약속을 지키는 것은 이런 움직임이 문화 토양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 나비 효과를 꿈꾸다

원먼스 페스티벌에서는 평소 일급 대우를 받던 유명 연주자들이 두메 산골의 학교나 소박한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정경화가 시골 초등학교에 가서 연주한다는 것, 이경숙이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다른 연주자들을 변화시키는 ‘나비의 날갯짓’”이라며 “실제로 지역 공연에 대한 연주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문화예술 행사에 무관심하던 지역 관객들은 유명 연주자가 온다는 소식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클래식 음악회를 ‘첫 경험’하게 된다.

원먼스 페스티벌이 열리기까지 4명의 더하우스콘서트 기획자들은 거의 매일 밤샘 근무를 했다. 2013년 전국, 2014년 한·중·일 3국에서 열린 ‘원데이 페스티벌’을 올해 세계적인 ‘원먼스 페스티벌’로 확대하면서 업무는 24시간 쉴새 없이 돌아갔다. 축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박창수 대표는 다시 전세 보증금을 털었다. 박 대표는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자, 학벌 중심사회 한국에 학사 학위제가 없는 콘서바토리(음악원)를 도입한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의 말을 언급했다. “‘목숨 걸고 했다’고. 그래야 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원 먼스 페스티벌’은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공식 누리집(onemonthfestival.com)에 자세한 일정과 출연자, 연주곡 등이 안내돼 있다. 대부분의 음악회를 무료 혹은 저렴한 관람료로 즐길 수 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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