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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내금강 산수 펼쳐지니, 아니 시원할쏘냐

등록 2015-07-15 18:49수정 2015-07-15 20:50

삼성미술관 리움의 ‘세밀가귀’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쌍둥이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 왼쪽이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 소장품이고 오른쪽은 리움 소장품이다. 리움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의 ‘세밀가귀’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쌍둥이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 왼쪽이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 소장품이고 오른쪽은 리움 소장품이다. 리움 제공
문화재로 나는 여름
온 사방이 천하명품들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대작 ‘금강전도’가 관객 얼굴 바로 앞에서 내금강 봉우리들을 펼쳐낸다. 고려청자주자를 손에 들고 돌려보는 눈맛을 즐기고나면 구경할 엄두도 못냈던 고려나전함들이 줄줄이 발치 앞에 놓여있다. 넋잃고 둘러보는 사이 여름 폭염이 훅 날아간다.

삼성미술관리움의 ‘세밀가귀’전에 선보인 조선 전기 목조보살입상(개인 소장).
삼성미술관리움의 ‘세밀가귀’전에 선보인 조선 전기 목조보살입상(개인 소장).
세계 곳곳, 나라 곳곳에서 모은 우리 문화유산의 최고 정수들이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에 집결했다. 2일 시작한 기획전 ‘세밀가귀(細密可貴):한국미술의 품격’(9월13일까지)은 ‘세밀함’ ‘정교함’이란 주제어 아래 한국 미술사 명작 140여점을 전례없이 집대성한 전시다. 못보던 외국 소장 명품들이 수두룩할 뿐 아니라 진열장 깊숙한 곳이 아니라 눈앞에서 맞대면하거나 손에 들거나 만지듯이 공예, 조각, 그림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귀여운 동자상이 올라탄 국보 133호 청자진사연화문표형주자병과 독일 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에서 온 쌍동이 주자병이 나란히 진열된 모습은 처음 만나는 진풍경이다. ‘리움 똑똑이’ 별명이 붙은 진열장 옆 디지털 모니터를 조작하면, 이 쌍둥이 가품들을 돌려보고 뒤집어보면서 360도로 세부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에 17점밖에 없는 고려 나전유물 가운데 약 절반인 8점도 영국과 일본의 박물관 등에서 나들이 나왔다. 1~2㎜의 미소한 부분까지 나전을 떼어붙어 특유의 소용돌이 무늬를 빚어내며 빛을 발하는 경전함, 화형합 등의 자태가 찬탄을 자아낸다. 12세기 고려를 찾은 송나라 사신 서긍이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전시 제목 문구의 뜻이다)”고 절찬한 대로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서
한국 미술사 명작 140여점 전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선 ‘조선 왕비전’
경주·부산·제주서도 문화유산전

호림박물관 기획전에 나온 15세기 백자상감모란문편병.
호림박물관 기획전에 나온 15세기 백자상감모란문편병.

올 여름은 차분한 문화재 피서를 누리기에 딱 좋다. 고급스럽고 뛰어난 명품 잔치 전시들이 곳곳에 널렸다. 서울만 해도 리움 전시를 필두로 조선시대 납작병(편병)을 처음 집중조명한 서울 강남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의 ‘선과 면의 만남, 편병’ 전(10월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선의 왕비와 후궁’ 전(8월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의 ‘폴란드, 천년의 예술’ 전(8월30일까지) 등이 차려졌다. ‘편병’ 전은 크게 분청사기 편병과 조선백자, 흑자 편병으로 나눠 익살미와 엄정한 선비적 기품, 회화미가 다기하게 공존하는 납작병 특유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관광지인 경주와 부산, 제주에도 참신한 주제의 기획전시가 잇따라 막을 올린다. 국립경주박물관은 201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신라 특별전을 새롭게 재현한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 전(21일~11월1일)을 시작한다.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이 처음 경주에 전시되며, 금관총 금관과 경주 경찰서 뜰에 있는 탑신석 등도 나온다. 국립제주박물관의 ‘최부, 뜻밖의 중국견문’ 전(21~10월4일)은 색다른 역사체험의 자리다. 15세기 중국에 표류했다가 중국 강남지방을 거쳐 귀환한 문인 최부의 강남유람기 <표해록>을 주제로, 절강성 박물관이 소장한 명나라 때 강남과 대운하 관련 유물들과 최부가 남긴 문헌 등을 선보인다. 부산의 고찰 범어사가 비장한 <삼국유사> 등의 각종 불교문화유산들을 처음 한자리에 선보이는 부산박물관의 ‘천년고찰 범어사’(21일~9월13일)전도 눈길을 줄 만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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