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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버지는 첼로, 어머니는 바이올린, 아들은 비올라…현악 3중주 가족 “서울시민필 단원 됐어요”

등록 2015-07-20 19:12

‘서울시민필’ 합격 43명 첫 연습
오디션을 거쳐 뽑힌 43명의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첫 연습을 했다. 이들은 다음달 16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리는 ‘광복70주년기념음악회’ 무대에 올라 첫선을 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오디션을 거쳐 뽑힌 43명의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첫 연습을 했다. 이들은 다음달 16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리는 ‘광복70주년기념음악회’ 무대에 올라 첫선을 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비올라를 다루는 직장인 조일호(35)씨는 대학 때부터 활을 잡았다. 대학오케스트라에서 4년 동안 활동한 뒤 사회에 나와서도 여러 아마추어오케스트라를 거쳤다. 지난해엔 현악4중주팀 ‘엔 콰르텟’을 결성해 창단연주회를 했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 조광일(62)씨와 어머니 정락원(59)씨도 적지 않은 나이에 악기를 손에 들었다. 평소 음악 애호가이던 아버지는 2008년 첼로를 선택했고,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던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골랐다. 전공자가 아니라 화려하지는 않아도, 음악은 가족을 묶는 튼실한 끈이었다.

심사 맡았던 김지환 예술감독
“지원자들 연주수준 높아 깜짝”
내달 16일 광복70돌음악회 첫 무대

이렇게 탄생했던 ‘우리집 현악3중주팀’이 이번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다. 지난주 서울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개오디션에 모두 합격한 것이다. 조일호씨는 “부모님께서 당신들께 맞는 연주단체를 찾고 계셨다. 그러던 중에 서울시민필 모집공고를 보시고 제게 권유했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우리집 현악3중주팀’이 한꺼번에 ‘서울시민필’ 단원이 되기까지 충분한 준비과정이 있었다. 어머니가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한 것만 25년이다. 그 밑바탕 위에 바이올린을 켜게 됐다. 교본을 8권까지 끝내자 합주를 해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다른 아마추어오케스트라에서 석 달 정도 합주해본 경험도 있고, 성당에선 미사 반주를 하고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은 오케스트라에서, 모차르트 곡과 소품 연주를 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하루 두 시간 이상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조씨 가족처럼 이렇게 오디션을 거쳐 뽑힌 서울시민필 단원은 모두 43명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연습을 시작했다. 서울시민필은 순수민간 연주단체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연습실과 공연장 등만 지원한다. 서울시민필은 다음달 16일 용산가족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광복70주년기념음악회’에서 김덕기 서울대 교수의 지휘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 ‘그리운 금강산’ 등을 연주한다. 이어 10월18일 서울 시민예술제 ‘제2회 생활예술오케스라축제’에서도 연주한다. 시일이 촉박한 만큼 연습에 만전을 꾀해야 한다.

앞서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민필 오디션에는 모두 107명이 지원했다. 바이올린부터 타악기까지 모두 9개 부문이었다. 최종 선발된 합격자 43명에는 교사, 공연기획자, 게임회사 직원, 취업준비생, 피아노 학원 원장, 학생,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됐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연주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오디션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환 서울시민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이번 합격자의 수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신세계로부터> 3악장의 가장 어려운 악절을 문제로 냈는데도 연주수준이 높았어요. 바이올린과 비올라 참가자들의 심사를 봤는데, 전공하는 학생들까지 와 참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비전공자들 중에서도 대학 때부터 아마추어오케스트라를 했다가 직장에 다니면서 손을 놓았던 이들이 다시 꿈을 찾아온 이들이 많았습니다. 또 취업준비생도 있었는데, 아마 분위기를 새롭게 다잡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서울시민필은 아직 ‘빈 곳’이 많다. 특히 트럼펫, 튜바 등 관악부문에서 합격자를 내지 못했다. 현악 수준은 높지만, 관악이 아직 못 미치는 우리나라 현실을 꼭 빼닮았다. 서울시민필 쪽은 우선 “윈드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금관 전공자들을 섭외할 계획”이다.

서울시민필이 탄생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순수민간 연주단체가 광복70주년 기념음악회에 참가한다는 것부터 이례적이다. 서울시민필이 탄생에는 지난해 시작한 ‘생활예술오케스트라 축제’가 큰 몫을 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아마추어오케스트라 축제에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서울시민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꾸준히 쌓아야 하겠지만, 사회적 후원이 뒤따라야 한다. 아마추어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 데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라고 음악계는 입을 모은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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