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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메르스 물럿거라 처용 나가신다

등록 2015-07-22 19:57

무당·광대들의 100분 ‘처용무굿’
작두 타는 이용녀 굿판의 절정
‘만능 광대’ 연희단 팔산대 볼만
연산군은 춤꾼이었다. “왕이 술에 취하면 처용무를 추며 노래하기도 했다.”(연산군일기 1505년)“처용무에 능하면 상을 주고 능하지 못하면 죄를 논하라.”(같은 책 1504년) 연산을 몰아낸 중종은 처용무를 견제한다. “정월 초하루엔 처용무를 추지 말라.”(중종실록 1515년) 궁중에서 처용무가 얼마나 성행했는지 보여주는 사료다.

처용무는 용왕의 아들 처용이 역신(疫神)으로부터 아내(인간)를 구했다는 설화에 바탕을 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 됐다. 하지만 그리 자주 무대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희미해진 처용무에 다시 부싯돌을 치는 공연이 마련됐다. 온 나라를 두려움에 떨게 한 메르스가 물러가는 시점에, 역신을 물리친 처용무를 바탕으로 한 <처용무굿>(사진) 무대다.

<처용무굿>은 처용을 신으로 상정한 굿판으로 실제 무당이 등장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 남해안 별신굿 인간문화재 정영만, 중요무형문화재 제90호 황해도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이용녀다.

특히 이용녀는 제자들과 함께 합창한 뒤 비수금(작두)을 탄다. 굿의 절정을 이루는 명장면이다. 실제 작두를 타는 무당은 많지만 작두에 오르기 전 관객과 한바탕 어우러지는 무당은 드물다. “영험은 신령이 주지만, 재주는 네가 배워라”는 강신무의 불문율을 지켜 신어머니를 모시고 실팍하게 배운 결과다. 작두 타는 장면 때문에 초등학생 이하는 입장할 수 없다.

굿판에 무당만 있는 건 아니다. 광대의 굿판도 있다. 박영수 춤터 새마루 대표의 ‘처용 퇴송무’는 결코 놓칠 수 없다. 역신을 보내는 퇴송무는 봉산탈춤과 궁중무용 처용무를 아울러 박영수가 만든 춤이다. 처용이 등장해 활달한 춤을 춘 뒤, 서서히 역신을 상징하는 옷들이 무대를 떠돈다. 처용이 청룡도로 역신을 하나씩 베어 물리친다. 궁중의 품격과 민간의 격정이 춤으로 거듭난 처용무굿의 으뜸가는 장면이다.

100분 동안 펼치지는 굿판엔 연희단 팔산대도 나선다. 호남우도농악을 바탕으로 유랑 여성농악단의 맥을 잇는 만능 광대들이다. 이들은 판굿 중에서 동서남북 중앙을 돌면서 사악한 것을 몰아내는 주술성이 돋보이는 장면을 선보인다. 쇠가 질주하며 꽹과리 가락을 치면 대열이 따라가고, 멈추면 상쇠를 나선형으로 감아 들어간다. 굿이 회오리바람처럼 감기는 명장면이다.

박경랑 영남교방청춤 연구소장, 김운태 연희단 팔산대 예술감독도 출연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서도식)이 주최하고 진옥섭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인 7월29일, 8월26일, 9월30일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KOUS). 5000원. (02)3011-1712.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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