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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닥 드러낸 ‘동강사진제’

등록 2015-07-27 21:49수정 2015-07-27 21:53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린 주제전 ‘우연의 교집합: 시간, 장소, 사람’의 전시 장면. 정면에 중국 작가 가오룽궈의 ‘일란성쌍둥이’ 연작이 보인다.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린 주제전 ‘우연의 교집합: 시간, 장소, 사람’의 전시 장면. 정면에 중국 작가 가오룽궈의 ‘일란성쌍둥이’ 연작이 보인다.
국내 가장 오래된 사진축제
새 작가 발굴 등 취지 불구
특정 학맥 주도 등 ‘퇴행’ 지적
기존 운영위원 물갈이에도
토론 빈약…전시도 기대 이하
어수선했다. 세찬 폭우 속에 어라연의 명승지 영월에서 시작한 사진축제는 보기 답답하고 맥이 빠졌다. 11개나 되는 전시들도, 우리 사진동네 현실을 짚어보는 5개 분야 워크숍들도 헛돌기만 했다.

올해 14회째, 국내 사진축제로는 가장 오래된 2015동강국제사진제(10월4일까지)는 소통을 싫어하는 한국 사진동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영월군청에서 개막일부터 3일간 대규모 워크숍이 열리고,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문화예술회관 등 읍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시들이 열렸지만, 교감할 수 있는 대안이나 담론, 문제작 등은 거의 없었다.

2002년 출범 당시 동강사진축제(2009년 동강국제사진제로 개칭)는 기존 다큐작가들의 재발견과 새 작가 발굴 등에 역점을 둔 대안적 행사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수년간 특정대학 출신 학맥이 주도하는 폐쇄적 운영으로 퇴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월군이 올해 초 7년간 일했던 기존 운영위원들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새 출발을 다짐했던 터라 얼마나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심사였다. 특히 처음으로 사진상 등 국내 사진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아비판의 자리를 워크숍에 마련해 주목됐지만, 논의 결과는 용두사미에 가까웠다.

24일 ‘오늘의 한국 사진과 사진문화를 진단한다’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 첫 모임은 최근 다큐사진계에서 논란을 빚은 동강사진상과 최민식 사진상 수상 결과가 발제자들의 집중 비판 대상이 됐다. 수상자가 국내 여러 사진상을 받거나 주요 사진상 운영에 관여한 중견작가 정주하, 최광호씨로 발표되면서 심사진인 소수 중견사진가·기획자들의 내부 밀어주기 담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최민식 사진상의 문제점들을 공론화했던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인문학적 입장에서 본 한국 사진의 허실’에서 “사진은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인문적 매체인데도 사진상 등의 평가에만 치중하고 불공평한 심사로 사진계를 갈라놓고 재단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동선 평론가는 “90년대 권위적인 선배 작가들을 비판하면서 사진판 개혁을 주장했던 지금의 50대 중견작가들이 나눠먹기 시상 논란 등으로 그렇게 욕했던 선배들을 닮아간다. 그런데도 반성의 목소리가 없다”고 성토했다.

뒤이은 토론시간, 청중 반응은 썰렁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사진가, 기획자들이 대거 불참한데다, 애호가나 아마추어 작가들이 주류인 청중은 프로-아마 작가의 구분, 사진교육 등 작업·감상의 현실 문제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던졌다. 사진계와 대중 사이 인식의 골을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이 교수는 리얼리즘 사진의 대가 최민식(1928~2013)을 기려 만들어진 최민식 사진상의 선정기준인 휴머니즘 정신의 실체에 대해 별도로 토론하자는 제안도 내놓았지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토론을 지켜본 칼럼니스트 김규항씨는 냉정한 논평을 던졌다. “‘아저씨’들끼리만 논란을 벌이는 구도가 이상하다. 문제가 있다면 젊은 작가들이 치고 들어와 체제 자체를 깨는 비판도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기운은 없을까. 최민식 상 논란은 내부 토론이 빈약한 한국 사진계의 상황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주요 전시들도 기대 이하였다는 평들이 많다. 기획자 신수진씨가 만든 주제전 ‘우연의 교집합: 시간, 장소, 사람’과 정주하 수상기념 전시는 급조한 낌새부터 느껴진다. 주제전에는 침략, 학살 등 역사적 상처의 기억들을 담은 한국, 중국, 타이, 스페인 중견작가들의 다기한 매체 작업들이 나왔지만, 모호한 제목만큼 작품의 결이나 메시지도 제각각이어서 나란히 병치했다는 것 외엔 기획의 손길을 찾기 어렵다. 정주하 전시도 90년대 작 ‘땅의 소리’와 고리원전 주변 풍경, 후쿠시마 참사 현장을 포착한 근작들을 차례차례 나열한 수준에 그쳤다. 최연하 기획자는 “전국 어린이사진일기 공모전의 꾸밈없고 기발한 사진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영월 동강/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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