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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백령도… 사진 10장 꿰어 이야기 한편 풀어놓다

등록 2015-07-27 22:22수정 2015-07-27 23:22

사진 권해진
사진 권해진
한겨레포토워크숍 제18기 최우수상 최우수상
‘아픔의 섬 그래서 슬픈 섬 백령도’
한겨레포토워크숍 제18기 백령도 편이 지난 6월26~28일 인천 대청도와 백령도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도 한겨레 사진마을과 북유럽 전문 여행사 미지투어,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함께 진행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제출한 10장씩의 포트폴리오를 현지 동행 강사였던 이영욱 배다리 사진공방 학예연구실장과 곽윤섭 선임기자가 심사했고 권해진씨의 <아픔의 섬 그래서 슬픈 섬 백령도>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시상식은 8월7일 저녁 7시30분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한겨레포토워크숍 19기는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8월2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현지 동행 강사는 사진가 신미식과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다. 현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참가자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은 말이 없다. 그래서 말 없는 이미지에 말을 붙이는 일이 중요하다. 사진 이미지를 응시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이다. 그런데 이미지에 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징질서에서 가져온 의미들이고 다른 하나는 기호체계에서 벗어난 언어들이다.

군인·대포·출입금지표지·추모탑 등
순서 잘 배치한 사진들에 서사 담아
화자에 대한 추측은 관객 몫으로

사진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테마를 만들고 주제의식을 분명히 전달하려면 상징적 코드의 언어와 접속해야 한다. 반면에 사진 이미지가 기호체계에서 벗어난 낯선 영역을 그대로 보여주면 고정된 의미를 만들 수 없다. 이것은 정보전달력이 영도(zero degree) 상태로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게 된다. 대신에 찍힌 대상의 의미는 모호하지만 추측과 상상을 불러일으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의미를 명쾌하게 한다는 것이 반드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나에게 어떤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가에 있다. 이는 관객의 주관적인 몫이다. 따라서 이번에 각기 10장의 사진들을 선택해서 순서를 정하고 텍스트를 첨부하는 방법은 작가의 의도를 잘 설명하거나 감정적인 표현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진 권해진
사진 권해진
사진 권해진
사진 권해진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종종 지식정보와 경험을 동일시한다. 2박3일간의 대청도와 백령도에서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은 사실상 처음 만나는 것들이어야 했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촬영자의 의도를 기존의 코드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감각적인 세계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의식은 습관적으로 이것들을 상식 일반의 코드로 묶어 버림으로써 동일한 의미와 차이 없는 대상으로 만든다. 어디선가 자주 본 듯한 이런 사진들은 세상에 너무 많아 잉여적이다.

지난달 27일 백령도(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현지에서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한겨레포토워크숍 백령도 편 참가자들.
지난달 27일 백령도(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현지에서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한겨레포토워크숍 백령도 편 참가자들.
최우수상을 수상한 권해진씨의 <아픔의 섬 그래서 슬픈 섬 백령도>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평범하지만 특이했고 주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진들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순서를 잘 배치했다. 특히 각각의 이미지들은 하나의 단어들을 쉽게 연상하게 한다. 태극기, 비행기, 군인, 철조망, 대포, 포탄 파편, 지뢰밭, 출입금지표지, 다리에 부상당한 병사, 군함, 절벽의 군사진지, 추모탑. 이것들은 마치 파편적인 단어들을 무의미하게 나열한 초현실의 시처럼 보인다. 이 이미지들을 이어붙이면 어떤 서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주체는 관객의 상상력의 몫이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했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추측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말 없는 사진이미지가 제기하는 존재론적인 메시지의 풍부함이다. 대상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 또한 주목된다.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프레임워크는 10장의 사진이 불필요하게 이야기를 남발하지 않으면서 일관성 있는 응집력으로 기표들을 모아주고 있다. 첫 장의 사진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마지막 장에서 완결하는 깔끔함도 돋보였다.

이영욱 배다리 사진공방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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