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5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자 시리즈에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브람스의 ‘두 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선정, 피아노 손열음, 비올라 막심 리자노프.
‘오라토리오 표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지난 3월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만석이었다. 성시연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올렸다. 이날 ‘바이로이트의 영웅’ 사무엘 윤은 선지자의 사자후로 객석을 쩌렁쩌렁 울렸다. 또 한 사람,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사진)은 기품있는 발성과 탁월한 표현력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종교 극음악인 ‘오라토리오의 표준’을 유감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우아한 음색·뛰어난 연기력으로
오페라·오라토리오의 정석
“성악가의 덕목은 ‘사람다움’” 지난 1일 대관령국제음악제서
브람스의 ‘두개의 노래’ 공연 “김선정씨는 천사와 악한 여왕이라는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했어요. 목소리 하나로 두 역할을 해내는 오라토리오 성악가가 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역할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고, 표현력도 뛰어나 캐릭터를 확실히 자리잡게 했습니다.” 성시연 지휘자의 평가다. 김선정은 성시연의 경기필 데뷔곡인 말러 교향곡 2번에도 함께했다. 또 전임 경기필 지휘자 구자범과는 말러 교향곡 3번을 협연했다.
지난 1일 김선정은 브람스의 ‘두 개의 노래’를 들고 대관령국제음악제 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황금빛 저녁 햇살에 잠겨 숲은 얼마나 장엄하게 서 있는가~.” 일몰, 새, 바람, 그리고 죽음 속에 잠드는 이미지를 표현한 곡이다. 그리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우아한 음색과 탁월한 표현력에는 어김이 없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콘서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김선정은 두 개의 날개로 난다. 하나는 오라토리오, 하나는 오페라다. 독일 함부르크음대에서 리트(가곡)와 오라토리오를 전공했다. 브레멘 오페라극장, 카셀 오페라극장 등에서 주·조연으로 나서며 오페라가수로서 역량을 뽐냈다. 또 함부르크 그로세 무지크할레 등에서 모차르트, 멘델스존, 바흐, 브람스의 미사곡, 레퀴엠과 오라토리오 등 종교성악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그는 바로크나 고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3년 부천시립합창단과 바흐의 <요한 수난곡>, 2014년 국립합창단과 <마태 수난곡>을 협연했다. 특히 2013년엔 오라토리오계의 거장 헬무트 릴링과 <바흐의 마니피캇>을 함께했다. “제가 바흐 마니피캇은 많이 했는데, 헬무트 릴링은 다른 지휘자와 달리 그분만의 독특한 바로크 프레이징(음악을 끊어 연주하는 구절법)이 있어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게 매력입니다.”
김선정의 표현력은 오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까지 국내 초연된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에서 완전히 상반된 두 인물을 강렬하게 연기했다. 먼저 2막에서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알리며 고통과 절망에 사로잡히는 메신저 역, 4막에선 지옥의 신 플루토네의 관능적인 아내 프로세르피나 역을 빼어나게 소화했다.
독일에서 활동하던 김선정은 2000년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 그때 오페라연출가 고 문호근(1946~2001)을 처음 만났다. “그분은 연극적 요소를 요구하는 연출이셨거든요. 저는 심청이 아니라 뺑덕이었는데, 술 마시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너는 술도 안 마셔봤느냐’고 지적하는 거예요. 사실 연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독일어로 공연한 이 작품이 하도 좋아 다시 한번 무대에 서고 싶은 오페라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오페라가수의 덕목으로 연기를 첫손에 꼽는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은 노래 실력은 으뜸이에요. 유럽 친구들은 탁성인 데 비해 한국 가수는 목소리가 청아해요. 그런데 그들보다 뒤지는 게 바로 연기예요. 유럽 무대에 서려면 연극수업을 듣든지 해서 감성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합니다. 사실 제 연기는 좀 오버하는 거고요. 하하하.” 덧붙여, 성악가의 덕목으로 ‘사람다워야 한다’고 했다. “이 오페라에 어떤 감정이 나와야 하는지를 알려면, 먼저 인간의 감정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김선정은 이달 안익태 서거 50주년 기념음악회 무대에 서고, 연말에는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할 예정이다.
대관령/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오페라·오라토리오의 정석
“성악가의 덕목은 ‘사람다움’” 지난 1일 대관령국제음악제서
브람스의 ‘두개의 노래’ 공연 “김선정씨는 천사와 악한 여왕이라는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했어요. 목소리 하나로 두 역할을 해내는 오라토리오 성악가가 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역할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고, 표현력도 뛰어나 캐릭터를 확실히 자리잡게 했습니다.” 성시연 지휘자의 평가다. 김선정은 성시연의 경기필 데뷔곡인 말러 교향곡 2번에도 함께했다. 또 전임 경기필 지휘자 구자범과는 말러 교향곡 3번을 협연했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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