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모·이혜전 부부와 딸 강나연 씨.
강충모·이혜전 부부와 딸 강나연
10일 하우스콘서트서 함께 공연
“딸이 프로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편안한 분위기서 체르니 작품 연주”
10일 하우스콘서트서 함께 공연
“딸이 프로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편안한 분위기서 체르니 작품 연주”
한 대의 피아노 88개의 건반 위에 6개의 손, 30개의 손가락이 올라간다. 엄마(이혜전·55·숙명여대 교수)의 손이 소프라노 음역에서 쾌활하게 노니는 동안 아빠(강충모·55·일본 도호 음악원 초빙교수)의 손이 베이스 음역에서 묵직하게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딸(강나연·20·미국 줄리아드 음악학교 재학)은 둘 사이의 빈틈을 채워 꽉 찬 화음을 만들어낸다. 10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에서 열리는 하우스콘서트에서 이들 세 식구는 하나의 피아노 의자에 비좁게 앉아 체르니의 <6개의 손을 위한 화려한 폴로네즈>를 연주한다.
강충모·이혜전씨는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 79학번 동기로 부부간 합동 리사이틀을 즐겼다. 이들에게 딸과의 무대는 처음이다. 이혜전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딸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어린 나이인데다가 아직 프로페셔널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무대에 세우기 조심스러웠다”며 “하우스콘서트이니까 집에서 피아노 치는 것같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주회는 아빠와 딸이 연탄(連彈)하는 베토벤의 ‘3개의 행진곡’으로 시작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14번 ‘월광’,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2권’을 각자의 독주로 들려주고, 다시 부부가 연주하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세 식구가 연주하는 체르니의 폴로네즈를 이어간다.
음악가 집안에서도 한집에 피아노 연주자가 3명이나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난해 9월 딸 나연씨가 미국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이들 집에는 방음 장치가 된 2개의 연습실과 총 3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서로의 연습을 방해하지 않도록 연습실 사용 일정을 짜는 게 가족의 일상이었다. 혼자 연주하는 ‘고독한 악기’ 피아노가 이들에게는 예외였던 셈이었다.
이씨는 피아니스트 가족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으로 ‘적나라한 비평’을 꼽았다.
“상대방의 연주에 대해서 남들이 못 하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서로를 믿고 하는 애정 어린 조언이니까 필요하고 맞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제 나이쯤 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듣는 것도 쉽지 않아요. 나연이 입장에서는 자기 선생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로부터 잔소리를 듣게 되니 괴로운 일이죠.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콩쿠르에 나가기 전에 한두 번 정도는 연주를 듣고 조언해줬지만 중학교에 간 이후로는 일부러 안 듣고 간섭하지 않으려 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잔소리하고 싶어서 그게 잘 안되지만요.(웃음) 나연이 역시 우리에게 조언해주는데 어려서부터 사려 깊은 이야기들을 해줘서 귀 기울일 때가 많았어요.”
이씨는 적나라한 비평에는 반드시 주의사항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기분 나쁘지 않게 조언하되 연주 직후에는 절대 하지 않아요.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 연주랑 전혀 무관한 상황일 때 ‘이러면 어땠을까’라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눈치를 많이 보는 집안이에요.(웃음)” 리허설이 한창인 요즘 집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성이지만 연주할 때만큼은 외향적이고 남성적인 면이 강하다는 이씨와 섬세한 남편 강씨, 양쪽 성향을 모두 닮은 딸. 셋이 연주하고 대화하면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몹시 즐겁다. 그는 “셋이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더 찾아서 앞으로 계속 같이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하우스콘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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