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텔레비전에서 변사 역할로 신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변사를 맡게 돼 가슴 벅찹니다. 대본을 보는 순간 완전히 나를 위해 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개그맨 이홍렬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에서 열린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홍렬이 이 악극을 통해 33년 만에 다시 변사로 나선다. <불효자는 웁니다>는 1998년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3500석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악극 붐을 몰고 온 작품이다.
이홍렬은 신인 시절인 1982년 문화방송 <영일레븐>의 ‘청춘극장’ 코너에서 변사로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고, 그해 말 문화방송 방송연기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번에 악극에서 정식으로 변사 역할을 맡은 그는 “이제야 제대로 이 일을 만났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불효자는 웁니다>는 한국전쟁을 거쳐 197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남자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려냈다. 자식밖에 모르고 살아온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로, 악극을 기억하는 50대 이상 세대들에게 크게 어필한 작품이다. 형식은 신파고 악극이지만 연기나 연출 등 모든 시스템은 최첨단으로 진행한다.
초연에서 자신의 출세를 위해 평생 아들만을 바라보던 어머니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불효자 아들 역을 맡았던 이덕화는 17년 만에 다시 한번 같은 배역을 맡게 됐다. 올해 78살인 김영옥은 “무대에 오르고 싶어 욕심을 냈다. 거의 15년 만에 서는 무대인데, 감회가 남다르고 겁도 많이 난다”고 했다.
공연을 기획한 정철 프로듀서는 “최근 20년간 우리 공연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거의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으로 바뀌고 마당놀이, 악극 등 우리의 정서를 담은 공연은 없어진 것이 아쉬웠다. 50~70대를 문화적으로 소외시키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소리꾼 오정해, 배우 박준규 등이 출연한다. 15~27일 서울 장충체육관 특별무대.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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