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연은 공연중’ 셰익스피어 야외연극 ‘템페스트’ 공연 장면
한여름 밤 ‘공원은 공연중’이다. 수준급의 공연인데다 모두 무료다. 13~16일 연극, 현대무용, 오케스트라 공연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 오른다. 119개국 8만3000명이 관람한 연극 <햄릿>이 16개월간 지구를 돌고 돌아 대학로에 도착했다. 젊은 안무가 김재덕은 전통적 품바에 현대의 옷을 입힌 무용 <명상& 다크니스 품바>를 들고 댄스 스텝으로 달려왔다. <타이타닉>에서 <레미제라블>까지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 영화음악은 도심 공원의 밤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이끈다. 이쯤 되면 ‘도심 속의 여름휴가’로 불러도 괜찮겠다.
작년부터 월드투어 연극 ‘햄릿’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품바공연
오케스트라 연주하는 영화음악
청소년 위한 참여프로그램도
119개국 8만3000명이 관람한 연극 <햄릿>.
■ 119개국 8만 여명이 본 햄릿 영국 글로브극장이 기획한 월드투어 연극 <햄릿>은 ‘공원은 공연중’ 프로그램 중 가장 알짜배기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기념일인 2014년 4월23일 시작됐다. 세계 각국에서 모두 176회를 공연한 이 연극에 대해 당연히 “극장 역사에서 진정한 첫번째 세계투어”(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라는 평가가 나왔다. 12명의 배우가 2시간40분(20분 휴식) 동안 일인다역을 열연한다. 셰익스피어의 풍부한 언어와 신랄한 유머가 돋보이는 새로운 버전의 고전 비극이다.
연출가 도미닉 드롬굴은 이 연극이 나라별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공연됐다고 밝혔다. “햄릿은 변화무쌍한 연극이다. 공연 장소마다 매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그렇다. 어떤 곳에서는 도전했고, 어떤 곳에서는 영감을 주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위로를 했다. 부모와 자식, 반란과 우울을 둘러싼 주제는 매우 보편적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어떤 햄릿을 보여줄 것인가? 이번 한국공연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소중한 무대다. 15~16일 저녁 7시30분.
■ 현대의 옷 갈아입은 품바 먼저, 오프닝으로 펼쳐 칠 <명상>은 약하지만 빠르고, 강하지만 느린 춤으로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드러낸다. 한국적인 움직임을 통해 두려움과 긴장을 푸는 과정이다. 다음으로 현대적 음악과 힘있는 움직임이 이어진다. 본 공연인 <다크니스 품바>는 전통적 품바의 선율을 신명나는 현대적 동작으로 재해석했다. 빠르고 강력하지만 동양적 이미지다. 춤꾼들의 경쾌한 움직임과 동시에 라이브 밴드 연주, 소리꾼의 판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공연은 1시간20분 동안 이어진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예술감독 김재덕이 이끈다. 이들은 현대무용에 다양한 장르의 색을 입혀 실험적이며 독특한 프로젝트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히 모던테이블의 2기 단원들을 처음 선보인다. 이정인, 이필승, 최정식, 김래혁, 한태준, 장지호 출연. 13일 저녁 8시.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 영화음악 등의 수준급 공연.
■ 영화를 노래하는 오케스트라 한여름 밤하늘을 스크린 삼아 영화음악이 흐른다. 파밀리아 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김봉미)가 연주하는 웅장한 연주다. <오케스트라, 영화를 노래하다>는 영화 <타이타닉>, <슈퍼맨>, <레미제라블> 등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연주곡을 들려준다. 2012년 창단한 파밀리아 필하모닉은 3·1절 특집 콘서트 등 여러 무대에 서 왔다. 연주는 1시간20분(휴식 10분)동안 계속된다. 14일 저녁 8시.
여름방학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 ‘극장은 내 친구’도 마련됐다. 춤추며 소통하는 공연 <영 바비레따>가 다음달 2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스튜디오 다락에서 진행되며, 이색적인 관객참여형 공연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는 11~14일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주최. (02)3668-0007.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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