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세종>의 한 장면.
리뷰 l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꿈꾸는 세종’
세종의 ‘사라진 123일’ 그 비밀을 찾아라! 지난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미스터리 음악극 <꿈꾸는 세종>이 시작되자 객석에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원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청소년’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국악과 대학생들이다. 무대로 폴짝폴짝 뛰어오르는데 아뿔싸! 한명이 모자란다. 제길! 또 지각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지각생이 도착했다. 연주를 시작하려는데 삐리리~ 전화벨이 울린다. 초등학생이 가득한 객석에 까르륵! 웃음보가 터진다. 이 엉뚱발랄한 어수선함은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계산된 연출이다. 이 장면은 무대 뒤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위대한 음악가’ 세종 추적 음악극
관객 호응하며 공연 내내 웃음꽃
국내 최초 편경·편종 협주곡 경쾌 첫 곡 ‘123일의 비밀’(홍정의 작곡). 국악기 사이 건반의 음색은 꿈꾸듯 570여년 전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끈다. 대금이 긴장을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는 동안, 거문고와 콘트라베이스가 동서양을 넘나들며 줄과 줄을 이어 ‘관객 마음속의 줄’인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징과 장고 등 타악이 소리를 휘몰아가며, 심장의 박동을 역동적으로 끌어올린다. 지난해 초연한 이 작품 <꿈꾸는 세종>으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2014 창작국악대상 연주상을 받았다. 학생들로 이뤄진 국악단이 전문 국악연주단체와 실력을 겨뤄, 연주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운 성취다. 공연은 음악, 무대,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세종(1397~1450)이 꿈꾸었던 ‘음악으로 조화로운 세상’을 찾아간다. 세종의 사라진 123일의 비밀은 뭘까? 1441년 당뇨병과 피부병에 시달리던 세종은 궁궐을 떠나 충청도 초정리 행궁으로 향했다. 이 음악극은 세종이 그곳에서 일종의 악기인 율관을 제작한 것으로 그린다. 흔히 세종은 ‘한글 창제자’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여민락>을 작곡하고 악보의 일종인 정간보를 창제해 조선음악의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공연에선 창작곡의 유려하면서도 힘찬 음악과 함께 인문주의자 세종의 삶을 돋을새김한다. 두번째 곡 ‘소리를 담은 돌’(서정철 작곡). 돌 속에 갇혔던 편경의 소리가 진중한 청아함이라면, 쇠 속에 숨었던 편종의 소리는 경쾌한 청아함이다. 우리나라 최초인 이 편경·편종 협주곡은 돌과 쇠의 내밀한 대화다. 세번째 곡 ‘은가비’(홍정의 작곡)에 이어 네번째 곡 ‘꿈꾸는 소리, 율’(서정철 작곡)이 연주됐다.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멤버인 송경근이 세종의 율관 제작을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직접 피브이시(PVC) 파이프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송경근은 연주가 끝나자 피리 구멍에 장미꽃을 꽂아 앞좌석의 소년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곡 ‘용감한 달빛’(서정철 작곡)의 선율이 흘렀다. 공연 내내 연주자들은 웃음을 띠었다. 무대 위가 즐거우면, 객석도 즐겁다.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극장문이 열렸다. 3000석 대극장에 가득 찼던 좋은 기운이 세상 밖으로 퍼져나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관객 호응하며 공연 내내 웃음꽃
국내 최초 편경·편종 협주곡 경쾌 첫 곡 ‘123일의 비밀’(홍정의 작곡). 국악기 사이 건반의 음색은 꿈꾸듯 570여년 전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끈다. 대금이 긴장을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는 동안, 거문고와 콘트라베이스가 동서양을 넘나들며 줄과 줄을 이어 ‘관객 마음속의 줄’인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징과 장고 등 타악이 소리를 휘몰아가며, 심장의 박동을 역동적으로 끌어올린다. 지난해 초연한 이 작품 <꿈꾸는 세종>으로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은 2014 창작국악대상 연주상을 받았다. 학생들로 이뤄진 국악단이 전문 국악연주단체와 실력을 겨뤄, 연주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로운 성취다. 공연은 음악, 무대,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세종(1397~1450)이 꿈꾸었던 ‘음악으로 조화로운 세상’을 찾아간다. 세종의 사라진 123일의 비밀은 뭘까? 1441년 당뇨병과 피부병에 시달리던 세종은 궁궐을 떠나 충청도 초정리 행궁으로 향했다. 이 음악극은 세종이 그곳에서 일종의 악기인 율관을 제작한 것으로 그린다. 흔히 세종은 ‘한글 창제자’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여민락>을 작곡하고 악보의 일종인 정간보를 창제해 조선음악의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공연에선 창작곡의 유려하면서도 힘찬 음악과 함께 인문주의자 세종의 삶을 돋을새김한다. 두번째 곡 ‘소리를 담은 돌’(서정철 작곡). 돌 속에 갇혔던 편경의 소리가 진중한 청아함이라면, 쇠 속에 숨었던 편종의 소리는 경쾌한 청아함이다. 우리나라 최초인 이 편경·편종 협주곡은 돌과 쇠의 내밀한 대화다. 세번째 곡 ‘은가비’(홍정의 작곡)에 이어 네번째 곡 ‘꿈꾸는 소리, 율’(서정철 작곡)이 연주됐다.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멤버인 송경근이 세종의 율관 제작을 시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직접 피브이시(PVC) 파이프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송경근은 연주가 끝나자 피리 구멍에 장미꽃을 꽂아 앞좌석의 소년에게 건넸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곡 ‘용감한 달빛’(서정철 작곡)의 선율이 흘렀다. 공연 내내 연주자들은 웃음을 띠었다. 무대 위가 즐거우면, 객석도 즐겁다.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극장문이 열렸다. 3000석 대극장에 가득 찼던 좋은 기운이 세상 밖으로 퍼져나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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