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딸과 내한
‘첼로의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가 딸 릴리(28)와 이달 말 한국에서 협연무대를 마련한다. 크레디아 제공
2013년 내한때도 함께 무대에
이달말 20번째 내한공연 앞둬
피아졸라·쇼스타코비치 등 선곡
“피아졸라 첫 연주…좋아해줬으면” ‘첼로의 음유시인’ 미샤 마이스키(67)는 영락없는 ‘딸바보’다. 딸 릴리 마이스키(28)는 아버지를 ‘슈퍼 대디’라고 부른다. 훌륭한 아버지이자 위대한 연주자라는 의미다. 이번 미샤 마이스키의 20번째 내한공연도 2013년 내한 때와 마찬가지로 딸 릴리 마이스키와의 협연 무대다. 이달 말 한국 공연을 앞두고 미샤를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났다. ‘피아졸라도 좋고, 쇼스타코비치도 좋다.’ 이들 부녀가 이번 리사이틀에 임하는 생각이다. 연주 곡목을 보면,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사단조’,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라단조’,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 피아졸라의 ‘르 그랑 탱고’이다. 미샤는 “나와 릴리는 피아졸라를 매우 좋아하지만, 이제껏 한 번도 연주해본 적이 없었다. 한국 관객들도 이 곡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릴리도 “피아졸라를 한국 관객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스타코비치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샤의 인생에서 가장 운명적인 사건은 20세기 첼로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와의 만남이다. 미샤는 그에게 발탁돼 모스크바음악원을 들어갔다. “로스트로포비치는 위대한 선생님이요, 우상이요, 아버지 같은 분이다. 내 친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스승이자 아버지라면, 그의 첼로는 40여년을 곁을 지킨 친구다. 바로 ‘1720년산 몬타냐나’이다. 미샤는 “이 첼로와 함께한 지 42년이 되었고, 앞으로도 쭉 같이 갔으면 좋겠다”며 변함없는 우정을 맹세했다. 미샤 마이스키에게는 참혹한 기억이 있다. 옛 소련 통치하의 라트비아에 태어난 그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 입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2년간 감금되고 두 달간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뛰어난 기교와 넘치는 생명력 그리고 자유로움은 그의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예술혼이다. 그는 자칭 세계시민이다. 음악가에게 코스모폴리탄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라트비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 살았으며, 이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가, 지금은 유럽에 산다. 나는 이탈리아 첼로를 연주하며, 프랑스 활과 독일 현을 사용하고, 일본 차를 타며, 스위스 시계를 차고, 인도의 목걸이를 한다. 내 자식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 이와 같이 나는 개방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가에게 매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리사이틀은 이달 29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9월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일 오후 8시 울산 현대예술관. 6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협연한다. 1577-526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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