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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보이세요? ‘약산 김원봉’의 울분

등록 2015-08-18 19:08수정 2015-08-18 19:08

작가 권순왕 씨의 신작전 ‘약산 진달래’
작가 권순왕 씨의 신작전 ‘약산 진달래’
권순왕 작가 신작전 ‘약산 진달래’
그림이 울고있다. 캔버스에 숭숭 뚫린 칼집 구멍 속에 눈물처럼 돋아나온 물감 방울들. 이 방울들로 뒤덮인 화폭엔 1919년 의열단을 결성해 일제강점기 조선과 중국에서 일제와 맞서싸웠던 의열단장 겸 조선의용대 대장 약산 김원봉(1898~1958)의 자태가 어려 있다.

남북 양쪽에서 묻혀버린
비운의 독립투사 김원봉
캔버스에 맺힌 물감방울들
그의 울분과 회한 형상화

약산의 얼굴 위에 널려 있는 자잘한 물감 방울들에 대해 작가 권순왕(47)씨는 두가지 의미를 이야기해주었다. 눈물 같은 물감 방울의 이미지는 분단의 질곡 속에 삶을 묻어야 했던 약산의 울분과 회한의 실체화된 형상이면서, 작가 스스로 근대사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흔적이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7일부터 서울 연희동 전시공간 살롱 아터테인에서 열리고 있는 권씨의 신작전 ‘약산 진달래’는 최근 영화 <암살>에 나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비운의 독립투사 약산의 역사적 진실을 다룬다. 약산은 알려진 대로 3·1운동 뒤 의열단을 결성해 일본 요인 암살과 시설 파괴 등 항일 무장투쟁을 펼쳤고, 중일전쟁 시기에는 중국에서 조선의용대를 결성해 일본군과 싸우면서 김구와 쌍벽을 이루었던 거물이다. 해방 뒤엔 좌우합작운동을 하다 월북해 북한정권 창설에 힘을 보탰지만, 한국전쟁 뒤 김일성에 의해 숙청되면서 남북 역사에서 존재가 모두 묻혀버리는 비운을 겪는다.

‘가려진 지속’이란 이름이 붙은 10여점의 연작들은 역사의 이면에 갇힌 약산의 삶을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의 투쟁 이력이나 활동상을 재현하는 대신, 해방 뒤 좌우대립의 와중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했던 독립투사의 고통스런 내면을 드러내는 데 상상력을 집중하려 했다. 40년대 초 중국 국민당 홍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약산과 조선의용대 전사들, 그들의 군사훈련장 사진 등을 배경으로 물감을 덧입히거나 화폭 뒷면에 색색의 물감을 칠한 뒤 구멍을 뚫어 물감을 앞면으로 삐져나오게 하는 양면회화 등의 표현방식을 시도한 것이 그렇다.

“3월 머리를 식히려 밀양에 갔다가 우연히 현지독립운동사연구소 행사장에서 틀어준 40년대 초 조선의용대와 광복군의 동영상을 통해 연설하는 약산을 처음 봤어요. 중국에서 이렇게 몸바쳐 무장투쟁에 몰입한 이가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지요. 하지만 해방 뒤 좌익으로 몰려 친일경찰(노덕술)에게 고문당한 끝에 월북했다가 숙청된 그가 마음속에 품었을 울분을 떠올렸어요. 그게 신작들의 모티브가 된 겁니다.”

작가는 10여년 전부터 한국근대사의 장면들을 해체해 재구성하면서 시간성을 물질화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약산이라는 기구한 운명의 위인과 만나면서 역사의 표면과 이면의 시간성을 해석하는 작업 지평이 확대되고 좀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장 안쪽의 대작 ‘눈물’은 약산을 다룬 연작 못지않게 눈길을 붙잡는다. 푸른빛 붓질로 가득한 화면에 표면의 칼집 구멍으로 삐져나온 물감덩어리들이 뒤엉킨 이 작품은 해방 공간의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당시 독립지사들이 느꼈을 고통과 비애의 감정들을 되살려 전해준다. 25일까지. (02)6160-8445.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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