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신민아가 나오는 영화 <달콤한 인생>에는 유키 구라모토(64) 작곡의 ‘로망스’가 흘러나온다.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드라마는 물론 광고에도 어김없이 그의 음악은 등장한다. 그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에이지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복잡한 화성이나 꾸밈음을 쓰지 않는다. 담백하고 명료하다. 들으면 편안해진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리움이 밀려온다.
그의 음악은 자연을 닮았다고 한다. 그런 인상을 심어준 게 바로 1986년 일본에서 발매된 첫 피아노 솔로 앨범 <레이크 미스티 블루>에 실린 ‘레이크 루이즈’라는 곡이다. “작곡한 모든 곡이 소중하지만,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곡은 레이크 루이즈입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나를 알린 곡이자 세계에서 인정받게 해준 곡이기 때문입니다.” 유키 구라모토가 ‘레이크 루이즈’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9월 서울에서 연주회를 연다. 그를 전자우편으로 미리 만났다.
그는 음악적 영감을 로맨스와 자연, 여행에서 얻는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로맨스와 자연, 이 두 주제를 기본으로 음악을 만들어왔습니다. 여행은 역시 마음의 영양이랄까, 추억을 몸속에 채워 넣음으로써 창작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국내에서는 1998년 <회상>을 처음 발매했다. 이듬해 5월 첫 한국 콘서트를 연 뒤 매년 찾고 있다. 첫 콘서트부터 매진되고 한국에서 15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파는 등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그는 한국팬들한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1999년 5월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첫 콘서트 때부터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신 관객분들과 만났습니다. 첫 콘서트 이후에도 전보다 폭넓은 연령층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한국 팬은 제 음악을 그저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갖는 보편적인 장점을 느끼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 오케스트라 등 한국의 음악가들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용재 오닐은 클래식 장르의 명연주자이지만, 월드 스탠더드 곡(팝송)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을 연주회나 리허설 때마다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팝 음악으로 구성된 시디를 위해 그가 연주하고 제가 반주한 앨범 <로맨티스트>를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유키 구라모토는 올해 안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녹음은 완료했습니다. ‘레이크 루이스’나 ‘로망스’도 새로 편곡해 수록하였지만 ‘디 온리 러브’나 ‘투 위드 더 세임 서울’ 등의 신곡과 지금까지 연주회에서 발표한 적은 있지만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의 혼성 콰르텟과 피아노의 앙상블 스타일 곡으로 구성했습니다. 디토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마스터이신 이석중 씨를 비롯하여 한국의 우수한 젊은 연주가분들과 함께 농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연주도 담았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피아노를 메인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감싸는 현악기들의 향취와 부드러운 울림을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30년에 걸친 기간 동안 발표한 곡들 중에서 엄선한 20여 곡을 각각의 곡에 가장 적합한 악기 편성으로 구성했다. 오는 1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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