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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덜컹!…덜컹!…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등록 2015-09-01 21:13수정 2015-09-02 15:54

엘디피(LDP)무용단이 창단 15주년 맞아 오는 4일부터 3국 3색의 신작 3편을 정기공연으로 올린다. 체코 안무가 야렉 시미렉의 <히브스>
엘디피(LDP)무용단이 창단 15주년 맞아 오는 4일부터 3국 3색의 신작 3편을 정기공연으로 올린다. 체코 안무가 야렉 시미렉의 <히브스>
LDP무용단 ‘3국 3색’ 정기공연


한국인의 첫인상은 무척 이상했다. 지하철 안에서 고개를 휴대폰에 처박고 주변의 어떤 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체코 출신의 젊은 안무가 야렉 시미렉의 눈에 낯선 광경은 이뿐 아니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다급히 나가고 단절된 모습으로 자신의 길만 바삐 가는 모습이었다. 숨을 쉴 수 없는 고통과 답답함이 목을 죄어 왔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만 집중
한국인의 고독한 일상 표현한
체코 안무가 야렉 ‘히브스’와
독일 푸루커·한국 길서영 안무 3편
안남근 등 정단원 10명 모두 참여

독일 안무가 미샤 푸루커의 <머머스 앤드 스플로치스>
독일 안무가 미샤 푸루커의 <머머스 앤드 스플로치스>
엘디피(LDP)무용단의 창단 15주년 정기공연에 올릴 작품 구상을 의뢰받고 한국에 온 야렉의 눈에 비친 그 첫인상은 고스란히 무용이 됐다. 그가 안무한 <히브스>(Heaves)는 호흡곤란을 뜻한다. 춤꾼들은 16분 동안 쉴새없이 움직이고 뛴다. 덜컹덜컹! 지하철이 선로를 달리는 소리, 헉! 헉! 숨가쁜 호흡과 빠른 움직임이 계속된다. 한국인의 고독한 일상이요, 눈맞춤도 대화도 없는 관계단절의 모습이다.

야렉은 2010년 영국의 남성발레단 발레보이즈를 위해 만든 안무작 <보이드>(Void)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165명의 안무 오디션 경쟁자를 제치고 뽑힌 작품이었다.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2011년 체코댄스플랫폼에서 최고작품상과 댄서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는 한국에서 두 달간 구상, 안무, 연습을 마치고 체코로 돌아갔다. 그 뒤 LDP무용단 대표 김동규가 리허설 디렉터로 바톤을 이어받아 류진욱, 위보라, 천종원, 김수인, 정건, 이지윤 등 6명의 춤꾼과 함께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리며 완성도를 높였다.

LDP무용단이 창단 15주년 맞아 한국, 체코, 독일 등 3국 3색의 신작 3편을 정기공연으로 올린다. 야렉의 <히브스>와 함께, 독일 안무가 미샤 푸루커의 <머머스 앤드 스플로치스>(Murmurs and Splotches), 한국 안무가 길서영의 <소셜 팩토리>이다.

LDP무용단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현대무용전공 출신자들이 창단했다. 안무가 신창호의 <노 코멘트>는 2002년 초연 이래 15년이 넘게 해외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단원 차진엽, 이용우, 김판선, 김성훈, 이인수, 김재덕 등도 현대무용계에 젊은 바람을 일으켜왔다. 이번 정기공연에는 정단원 10명이 모두 출연한다.

한국 안무가 길서영의 <소셜 팩토리>다.(아래) ⓒBAKI 제공
한국 안무가 길서영의 <소셜 팩토리>다.(아래) ⓒBAKI 제공
독일 안무가 미샤 푸루커의 <머머스 앤드 스프로치스>는 ‘웅얼거리는 것’과 ‘물감을 흩뿌려 생긴 얼룩’을 뜻한다. 동양의 수채화와 서양의 유화를 섞듯 변형과 융화를 표현했다. 미샤는 “내 작품은 ‘푸딩’ 같은 느낌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독일에서 융복합 공연을 주도하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LDP무용단 창단 당시 해외예술감독을 지냈다. 작품은 30분간 진행되며, 신창호를 비롯해 케이블방송 춤경연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한 류진욱, 안남근, 천종원, 윤나라, 임샛별, 정혜민과 함께 장원호, 강혁, 이정민, 정건, 김보람, 정록이까지 13명의 단원이 함께한다.

안무가 길서영의 <소셜 팩토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능적 가치로만 중시되는 현대인의 상실된 주체를 표현했다. 먼저 사회, 타자,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의 생물학적 몸과 사회적 몸의 이미지를 대립시킨다. 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왜곡된 몸을 다시 주체로서 부각시키고자 한다. 정태민, 이선태, 김성현, 강혁, 임종경, 이민영, 김보라, 이주미, 양지연, 이경진 등 10명의 춤꾼이 30분간 출연한다. 4~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모두 5회 공연. (02)746-931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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