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뮤직·멜론·벅스·지니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왼쪽부터).
음악 큐레이션의 미래는
돌이켜보면 음악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큐레이션이 있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 큐레이션은 대체로 이랬다. 1.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 번화가에서는 불법 편집 테이프를 팔았다. ‘최신 히트곡’ 같은 제목이 붙은 인기곡 중심의 편집 음반이다. 2. 라디오를 틀면 언제라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한국은 에프엠라디오라고 하더라도 이야기가 중심이고 <비비시>(BBC) 라디오1처럼 음악에 특화된 채널이 많진 않다. 그래도 신청곡을 받으며 청취자와 음악적 경험을 공유한다. 3. 음악을 유달리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 친구를 따라 음악을 듣기도 한다. 4. 레코드가게에 단골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 주인아저씨가 내가 뭘 좋아할지 알고 음반을 추천해주곤 한다. 그렇게 산 음반은 어지간해서 실망하는 일이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음악이 대세인 현재의 큐레이션은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 1. 다른 사용자들이 많이 들은 곡에 대해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기곡 중심의 큐레이션.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있는 ‘톱10’이 여기에 해당한다. 2. 특정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곡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침이면 ‘모닝 커뮤트’(Morning Commute)를, 새벽이면 ‘언더 더 스타스’(Under the Stars) 같은 노래를 띄운다. 3. 관계를 바탕으로 한 소셜 큐레이션. 에스엔에스에서 내가 팔로하는 사람이 듣는 음악을 나도 듣는다. 4.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두면 그것을 데이터 삼아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개인화 큐레이션. 애플 뮤직에선 처음에 몇 가지 테스트를 통과하고 좋아하는 음악에 하트를 누르면 내가 좋아할 음악을 추천해 준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의 큐레이션은 여전히 실시간 톱10과 유통사와의 관계 때문에 노출하는 추천 음악의 비중이 크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존재하고, 여전히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서비스는 상황과 개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스포티파이가 최근 선보인 스포티파이 나우는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애플 뮤직은 음악 미디어의 에디터를 모아 음악적인 경험을 주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수집한 사용자의 데이터에 따라 추천한다. 개인의 삶과 행복이 중요한 문화의 큐레이션이다. 에스엔에스를 통해 개인화된 미디어가 늘면서 국내 서비스에도 해외 방식의 큐레이션이 늘고 있다.
데이터와 관계가 쌓일수록 디지털 큐레이션은 더욱 똑똑해질 것이다. 제주도 비행기표를 끊은 날이면 ‘제주도의 푸른 밤’을 추천해 주고 페이스북에서 상태를 연애중에서 솔로로 바꾼 날이면 ‘헤어진 다음날’을 추천할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불법 편집 카세트테이프가 있었을 때도 누군가는 수입 음반 레코드점을 다녔던 것처럼 음악을 찾아 듣는 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라면 연인과 헤어진 다음날 에프엑스(f(x))의 ‘일렉트릭 쇼크’를 들을 것이다. 기계가 주도하는 알고리즘 추천 음악 시대에도 사람 디제이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박국/영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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