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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춤이 된 동양문화의 ‘알곡’

등록 2015-09-08 19:09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린화이민이 이끄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이 동양문화의 근원인 쌀을 주제로 한 현대무용 <라이스>를 공연한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린화이민이 이끄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이 동양문화의 근원인 쌀을 주제로 한 현대무용 <라이스>를 공연한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세계적 안무가’ 린화이민 내한공연
“그것은 하나의 무대예술로서 완벽한 동작이요, 언어요, 연출이었다. 린화이민이 피운 꽃은 세계정상에서 드높은 향기를 발하는 그러한 매우 찬란한 기파였다. 전통적 가치를 표방한 그의 무대예술이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은 단순함과 철저성과 흡입력이었다.” 도올 김용옥이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린화이민(68)를 평한 글이다. 2003년 내한공연한 린화이민의 작품 <행초>(行草)를 감상하고 난 뒤였다. 한국의 동양철학자는 대만의 안무가로부터 무엇을 본 것일까?

그의 무용단 창단 40돌 기념작
아시아 문화이자 삶인 ‘쌀’ 소재
대만 쌀 생산지 찾아 작품 제작
인간과 자연, 생명과 소멸 담아

린화이민의 안무는 동양철학에 바탕을 뒀다는 게 중평이다. 이십대 때 이미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인데다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다 보니, 그의 춤 세계를 서양인들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경지다. <행초>라는 작품은 행서와 초서라는 동양의 붓글씨에서 나왔다. 그의 춤 세계는 한마디로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라고 할 수 있다.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 즉 학문적 수양의 결과로 나타나는 고결한 품격을 가리킨다. 이 말을 무용 언어로 번역한다고 해서 뜻이나 품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린화이민의 춤에는 ‘동양정신의 고갱이’가 담겼다.

린화이민은 한국 춤과도 인연이 깊다. 자신만의 안무법을 완성하려 아시아의 주요 춤을 다양하게 배워온 그는 1970년부터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 김천홍(1909~2007) 선생에게서 궁중무용을, 승무 명인 한영숙(1920~1990) 선생에게 승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린화이민의 안무세계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른다. 동양철학에 바탕을 두되, 컨템퍼러리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요요마의 첼로를 차용하는 등 표현방식은 현대적이며 조명, 영상에서는 첨단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물과 함께 쌀은 동양문명의 2대 근원이다. 이번에 린화이민은 쌀(Rice)을 들고 왔다. 그가 이끄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작으로, <행초> 이후 12년 만의 내한공연이다.

모든 아시아인의 문화이자 삶인 쌀을 소재로 한 <라이스>는 인간과 자연, 생명과 소멸, 그리고 부활의 테마를 담았다. 작품 제작을 위해 린화이민은 대만의 유명한 쌀 생산지를 찾아, 춤꾼들과 함께 직접 농사에 참여하면서 그곳의 청정한 자연환경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작품에 녹여냈다.

보드라운 진흙에 잔잔하게 고인 물의 떨림, 바람에 굽이치는 푸른 벼의 물결, 마치 불타오를 듯 황금빛으로 알차게 익어가는 알곡들. 대만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 오웰 하오잰창이 생생하게 담아낸 자연의 풍광은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24명의 춤꾼이 역동적인 앙상블은 펼치며 압도적인 장관을 만들어낸다. 춤꾼들은 하루 8시간의 연습, 지속적인 명상, 서예 등으로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는 법을 터득해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죽음과 부활이 합(合)을 이뤄 감동으로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무용계의 주류를 모방하지 않고 동양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일구어낸 린화이민. <라이스>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용계 첫 손에 꼽히는 거장이 된 그의 예술세계를 만나는 자리다. 오는 11~12일 서울 엘지아트센터. (02)2005-0114.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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