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극단 자갈치 제공
부산 극단 자갈치 11~13일 공연과 전시…“법 제정에 힘 보태려”
강제입소자 3975명,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 형제복지원 사건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린다. 1970~80년대 무고한 아동과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동과 살인, 폭력과 성폭력을 일삼은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통과 편견 속에서 살지만, 복지원장 일가는 수백억원 자산가로 떵떵거린다. 지난해 3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연극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40)의 그림전시도 이어진다.
부산의 극단 자갈치는 이번 주 연극 <복지에서 성지로2>를 올린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작 <복지에서 성지로>의 2탄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연출은 1987년과 마찬가지로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장이 맡았다.
1984년 여덟 살에 형제복지원에 잡혀갔던 극중 인물 ‘한역전’은 과거 기억 때문에 아직도 자신을 부랑인으로 보는 사회가 버겁다. 아버지와 누나 또한 형제복지원 후유증으로 마음의 병을 앓아 병원에서 생활한다. 한역전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과거는 이 꿈마저 단단하게 옭아매고 놓아주질 않는다. 원장을 납치해 무릎 꿇리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한다면, 아버지와 누나가 가진 마음의 병이 치유되진 않을까? 어느 날 한역전은 그런 생각으로 박원장의 집 담벼락을 넘는다.
홍순연 극단 자갈치 대표는 “지난해 이 작품을 올리면서 형제복지원 출신 인물의 이후 삶을 다루고 명예회복을 시도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어 법 제정에 힘을 보태려 다시 올린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1~13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 (051)515-7314.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의 전시회도 다시 마련된다. 한종선 그림전과 형제복지원 자료 전시다. 형제복지원에서 있었던 참상과 복합적인 심정을 적나라하게 그림으로 담아냈다. 한종선 그림전은 지난 7월 말 서울변방연극제 행사의 하나로 용산 ‘공간해방’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 이번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참상을 알리고, 법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여준민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번이 19대 마지막 국회인데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못하면, 19대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오는 30일~10월 2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 (02)794-039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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