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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말러 교향곡 ‘부활’ 의 탄생

등록 2005-10-12 17:00수정 2005-10-13 15:28

노승림의무대X파일 - 좌절안겨준 이의 죽음으로 완성된 곡
작곡가 말러는 작곡가 이전에 지휘자로 먼저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그가 지휘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는 유럽 전역에서 매번 매진행렬을 이뤘고, 그의 베토벤 교향곡 지휘는 당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포디엄에 올라선 그 순간부터 화려한 이력을 갱신했던 말러였지만 작곡가로서 출발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1889년 초연된 <교향곡 1번 ‘거인’>에 대한 비평가들의 반응은 출발부터 작곡가 말러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겨주었다.

총 9개의 교향곡을 남긴 말러는 대체로 불규칙한 삶을 산 여느 작곡가들과 달리 인생 전반에 걸쳐 규칙적으로 작곡 스케줄을 유지하였다. 매년 바쁜 지휘 스케줄에 시달리던 와중에도 여름이면 시골에 처박혀 1~2년에 걸쳐 한곡씩 교향곡을 만들어 나갔다.

이런 패턴으로 미루어 <교향곡 2번 ‘부활’>은 예외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완성되기까지 다른 교향곡에 비해 훨씬 긴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말러는 “오랫동안 나를 집중적으로 괴롭혀온 방해물들” 탓이라고 적고 있다. <교향곡 1번>을 완성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교향곡 2번> 작곡에 들어간 말러에게는 다양한 악재가 이어졌다. 먼저 부모와 누이 한 명이 지병으로 연이어 세상을 떴다. 이 와중에 혼란스럽게 초연된 그의 <교향곡 1번>은 앞서 말한 대로 비평가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지휘자로서 누리던 높은 명성도 작곡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1891년 함부르크 상임지휘자로 임명되면서 그는 시즌마다 1백편이 넘는 오페라를 상연하는 과중한 스케줄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했다.

<교향곡 2번 ‘부활’> 작곡 기간 중 함부르크에서 만난 당대 최고 지휘자 한스 폰 뷜로와의 인연은 말러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뷜로는 말러를 눈여겨보고 그를 초청해 작곡한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해달라고 요청했다. 말러는 이 때의 상황을 친구에게 편지로 적어 보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다가 뷜로를 쳐다보았더니 그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더군. 연주를 마치고 난 뒤 나는 뷜로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네. 그렇지만 내 유일한 청중은 꽤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러더니 굉장히 과장된 몸짓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더군. 그는 이렇게 얘기했네. “만일 그런 걸 음악이라고 한다면, 나는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소리로군”. 그는 나를 유능한 지휘자라고는 생각하지만 작곡가로서는 아주 형편없게 평가했지.”

뷜로와의 만남은 말러에게 심히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교향곡 ‘부활’>은 뷜로 덕분에, 그것도 그의 죽음 덕분에 완성되었다. 마지막 악장을 남겨두고 오랫동안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던 말러는 1894년 뷜로의 장례식에 참석하였다가 장례식장에서 성가대가 영창하는 클롭슈톡의 <부활>을 듣고서는 영감을 받았다. “모든 창조하는 예술가들이 고대해 마지않는 섬광”을 경험한 말러는 클롭슈톡의 이 시를 교향곡의 가사에 차용하였고, 6년 동안 작곡가의 진을 빼온 <교향곡 ‘부활’>은 마침내 완성되었다.

노승림/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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