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고뇌한 인간 외로운 영웅 이순신, 춤으로

등록 2015-09-15 19:44

‘문묘일무’ 연구 안무가 임학선
무덕 표현한 춤 ‘무무’ 복원
창작춤 ‘영웅 이순신’서 선봬
'영웅 이순신'. 사진 엠시티 제공
'영웅 이순신'. 사진 엠시티 제공
병사들이 흰 새털로 장식된 붉은 모자에 붉은 도포를 입고 등장했다. 두 손엔 도끼와 방패를 들었다. 편경과 편종 연주에 맞춰 세 걸음을 나아가고, 세 걸음을 물러났다. 동서남북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도끼를 내리쳤다. 다시 방패를 내밀었다. 이 춤은 문무(文舞)와 구별해 무무(武舞)라고 부른다. 36명이 여섯 줄로 서 추며, 공격보다는 방어와 평화를 상징한다. 지난 9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수선관 무용실에서 진행된 한국창작춤 <영웅 이순신> 리허설의 핵심 장면이다. 판옥선과 같은 무대장치는 없었지만, 의상과 도구들을 제대로 갖춘 리허설이었다.

안무가 임학선 성균관대 무용과 교수는 오랫동안 ‘문묘일무’(文廟佾舞)를 연구해왔다. 공자의 제사 때 올리는 춤이다. 고대 중국에서 유래해 고려 때 한국에 들어왔다. 중국에서는 원형을 잃은 지 오래다. 임 교수는 2004년 문묘일무 중 문무를 바탕으로 ‘공자’를 무용작품으로 완성했다. 올해엔 ‘이순신’을 주제로 무무를 선보이게 됐다. ‘문묘일무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다.

<서경>(書經)에서 무무에 대한 설명을 보면 “난폭한 짓을 못하게 하고, 군사를 징발하지 않고, 대의를 지키고, 공로를 밝히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무리를 화합하고, 재물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옛사람들은 문덕과 무덕을 두루 갖춰야 인재로 등용했기 때문에, 왕세자와 귀족 자제에게 이 춤을 널리 가르쳤다고 한다.

하지만 <영웅 이순신>이 무무 복원에만 무게를 둔 건 아니다. 우선 이순신의 업적에서 유래했다는 승전무와 강강술래 등 민속춤을 끌어와 춤판을 풍성하게 했다. 통영 앞바다를 무대에 옮겨놓은 듯한 무대장치와 전통음악은 극적인 요소를 드높였다. 역사적 인물과 사실에 충실하되, 영상과 의상에선 현대적인 색채를 과감히 채택했다. 또 다른 핵심인 강강술래 장면도 눈길을 잡아챘다. 의로운 기생 내산월(정향숙 분)의 몸엔 한 자, 한 자 <난중일기>의 글씨가 새겨졌다. 가슴속에 치솟는 결기와 사모의 정은 내산월의 온몸을 붓으로 만들었다. 무대 위 한 발, 한 발 춤꾼의 디딤새는 붓글씨가 돼 보는 이의 가슴에 불도장을 찍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이순신이 쓴 시조가 울려 퍼졌다. 그때 검은 옷의 왜장이 나타나 내산월을 유린하려 한다. 이때 핍박받는 민초인 여성들이 둥근 원을 그린다. 강강술래다. 18일과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3668-0007.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