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데쓰야의 자화상
전주의 진산 모악산 자락에 아시아현대미술가들의 기운 넘치는 작품이 모여들었다. 산 아래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아시아현대미술전’이 그 자리다. 14개 나라 작가 35명이 근대와 현대, 전통의 갈등 속에 격동해온 아시아 각 지역의 사회와 일상 등을 회화, 입체, 설치, 미디어 등으로 풀어냈다. 출품작 100여점은 장르가 제각각이다. 구성이나 메시지도 작가의 출신지역 상황에 따라 다기한 층위로 갈라져 각 지역작가들의 복잡한 현실의식과 감수성을 드러낸다.
인도의 세계적인 설치작가 수보드 굽타는 기울어진 배 안에 접시, 주전자, 도시락통, 텔레비전 등의 잡동사니를 채워넣었다. 탈근대와 근대, 전통이 잡탕을 이룬 인도의 복잡한 시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요절작가 이시다 데쓰야의 자화상은 불온한 엽기그림에 가깝다. 아기방의 놀이기구 속에 갇혀 침 흘리는 자폐적인 작가의 모습(도판) 등으로 현대문명에 대한 공포심을 표출한다.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그린 자크루이 다비드의 18세기 명화를 거대한 언월도를 든 관우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초춘파이 등 중국 작가들의 강렬하고 스케일 큰 작업도 이채롭다. 세계 곳곳의 비엔날레와 미술장터에서 각광받는 아시아권 소장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주요 특징을 한달음에 눈에 넣을 수 있는 기회다. 11월15일까지. (063)290-688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전북도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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