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의 박영희. 사진 박영희 제공
성소수자 청소년 다룬 연극 ‘보이스’
연출·배우 등 ‘1인 다역’ 박영희
동성애자인권연대 도움 받아
‘성별정체성 고민’ 17살 진희 그려
자기 목소리로 고통 말하게 해
연출·배우 등 ‘1인 다역’ 박영희
동성애자인권연대 도움 받아
‘성별정체성 고민’ 17살 진희 그려
자기 목소리로 고통 말하게 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박영희는 경계인이다. 한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중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연극의 꽃’을 피운다. 극작, 연출, 배우, 가수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립예술가의 삶을 산다. 지금은 어린이와 어른의 경계,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선 17살 성소수자 진희를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1인 음악드라마 <보이스>(VOICE)다. 2013년 국립극단에서 초연했던 작품을 고쳐 써 다음달 14일과 15일 서울 미아리예술극장에 올린다.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그를 최근 홍익대 입구 카페에서 만났다.
“호주에서 만난 가까운 동료의 90% 정도가 성소수자였어요.” 박영희가 ‘성별정체성을 겪는 진희’를 주인공으로 삼은 계기 중 하나다. “2011년 호주에서 올린 연극 <언더그라운드>에 공동창작, 배우, 가수로 참여했어요. 그때 ‘철수’란 이름의 트랜스맨 역할을 맡았어요. 여성으로 태어나 생물학적인 성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남성으로 사는 사람이죠. 트랜스젠더와 달리, 역할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트랜스맨인 스태프에게 자문했지요.” 성소수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계기로 충분한 답변이다.
박영희는 ‘스트레이트(이성애자) 여성’이다. 그는 한국과 호주 작가들로 구성된 공동창작그룹에 들어 있다. 이들이 만든 <물의 기억>(DELUGE), <언더그라운드>는 지난해와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시댄스, 남산예술센터 등의 무대에 올라 큰 호응을 얻었다. 박영희는 오태석 연출이 이끄는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에서 8년 동안 배우로 활동했다. 한때 판소리와 탈춤에 미쳐 소리꾼을 꿈꾸기도 했다.
호주에서 활동하던 박영희는 2013년 한국에 들어왔다가, 동료한테 “올해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맞서다 19살에 생을 마감한 육우당의 10주기”라는 말을 들었다. 동료와 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동인연) 사무실을 찾았다. 동인연의 도움으로 1인 음악드라마 <보이스>의 집필 틀거리를 잡았다.
작품은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성별정체성에 의문을 지녔던 진희가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시작된다.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된 진희는 겉모양새가 ‘남자’로 비치면서 감당하기 힘든 부담과 고통에 휩싸인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하느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진희는 고해소를 찾는다. “신부님, 그러셨잖아요, 인간은 하느님과 가장 닮은 피조물이라고. 그럼 저도 그분과 가장 닮은 존재 아니에요?” 연극에 나오는 대사다.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를 대신 들려주고 싶었어요. 한국의 청소년들이야말로 그런 존재 아닌가요?” <보이스>란 제목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의미다. <보이스>는 텔레비전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주인공 이름 ‘진희’에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심으려 했다.
현재 박영희는 첫 대학로 데뷔작 <보이스> 공연을 앞두고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중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펀딩21(www.funding21.com)에서 후원에 참여할 수 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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