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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의 넓이-깊이, 두 차원의 만남

등록 2015-09-23 18:57수정 2015-09-23 19:15

멘델스존·슈베르트 등 가곡
30일 대구·새달 1일 서울 공연
우아한 음색-피아노 선율 조화
스웨덴 출신의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60)는 레퍼토리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헨델, 몬테베르디 등 바로크 오페라에서 시작해 고전·낭만주의 가곡, 현대음악, 재즈, 팝송까지 자신의 담백하고 우아한 음색이 어울리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찾았다. 그로써 메조 소프라노가 소프라노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56)는 반대로 레퍼토리의 폭을 좁히는 대신 깊이를 택했다. 피아니스트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방대한 독주 레퍼토리를 뒤로 하고 그는 실내악, 그 중에서도 성악 반주를 택했다. 40년 가까이 예술가곡 반주에 천착해 온 드레이크는, 오늘날 특히 리트(독일 예술가곡) 가수들이 1순위로 손꼽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와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가 한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3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10월 1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멘델스존과 슈베르트, 포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가곡을 들려준다. 한국 공연을 앞둔 두 음악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세상 모든 음악을 찾아서’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
머리·귀 동원…무한연습
레퍼토리 넓혀 무한도전

안네 소피 폰 오터.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안네 소피 폰 오터.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 안네 소피 폰 오터-끝없는 훈련과 도전

안네 소피 폰 오터는 성악가의 평균 전성기를 훌쩍 뛰어넘은 60살의 나이에도 정상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여전히 유럽과 북미의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새로운 작품과 배역에 도전한다. 현대음악 세계 초연, 대중음악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거침 없이 소화해낸다. 소프라노에 비해 독주 레퍼토리가 한정적인 메조 소프라노에게 레퍼토리 확장은 어쩌면 당연한 욕심이다. 하지만 레퍼토리를 넓힐수록 완벽하게 소화해내기는 어려워진다. 시대·장르·작곡가별로 이질적인 특징을 표현하고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언어를 바꾸는 작업을 어떻게 쉬지 않고 해내는 걸까.

그는 “머리와 귀를 총동원한다. 그리고 연습을 ‘정말로 많이’ 한다”고 답했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요. 과거에는 프랑스 액상프로방스에서 몬테베르디의 음악을 노래한 다음날 독일 뮌헨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를 노래하는 것쯤은 별 것 아니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공연과 공연 사이의 휴식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걷기, 하이킹,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요즘 자신의 모국 스웨덴이 배출한 역사적인 성악가들을 기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스웨덴의 나이팅게일’로 불렸던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와 바그너 전문 가수 비르기트 닐손(1918~2005)이다. 이번 공연의 연주곡은 모두 이들의 대표 레퍼토리였거나 중요한 연관성을 지닌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안네 소피 폰 오터는 모국 출신의 젊은 소프라노 카밀라 틸링과 짝을 이뤄 독창과 이중창을 번갈아 들려줄 계획이다.


‘성악 반주 외길 40년’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
반주자라 부르지 마세요
성악곡도 실내악의 하나

줄리어스 드레이크.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줄리어스 드레이크.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 줄리어스 드레이크-깊이를 향한 몰입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마크 패드모어 같은 동 시대 최고의 성악가들이 음반 녹음과 독주회를 앞두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을 무엇일까. 바로 이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스케줄이다. 드레이크가 있어야 자신의 노래가 완벽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성악 전문 피아니스트인 드레이크의 연주회와 음반은 독일 예술가곡을 중심으로 한 성악곡들로 꽉 채워져 있다.

40여 년 가까이 이런 삶을 살았으니, 그보다 더 깊은 내공의 피아니스트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릴 적엔 피아노 독주곡만 연주하다가, 18살에 런던왕립음악원에 입학한 뒤 실내악을 처음 연주했어요. 제가 음악가로서 평생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한 거죠.”

그는 런던왕립음악원에서 다양한 실내악곡을 접한 뒤 20대 초반부터 성악곡에 빠져들었다. 성악가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피아니스트는 보통 반주자(accompanist)로 불리지만, 그는 피아니스트나 합주자(partner)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한다. 성악곡도 수많은 실내악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주자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아요. 성악곡에 있어 성악과 피아노는, 현악4중주를 구성하는 각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루니까요. 청중의 시선이 피아니스트의 손이 아닌 가수의 얼굴로 쏠린다고 해서 그 곡이 오직 성악만을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모든 화음은 피아노로 구현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곡 연주회에서 가수의 얼굴을 보되 음악 전체를 들으라’고 말합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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