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단성'. 사진 만종리대학로극장 제공
대학로서 이사뒤 단원들 ‘구슬땀’
콩농사와 연극 ‘아단성’ 준비 병행
주부·농부 등 20여명 함께 무대에
콩농사와 연극 ‘아단성’ 준비 병행
주부·농부 등 20여명 함께 무대에
만종리대학로극장이 가슴 벅찬 ‘가을걷이’에 나선다. 충북 단양군 만종리 밭에는 단원들이 연습 중 틈틈이 가꾼 콩과 배추가 가득하다. 보름 뒤 수확하는 콩은 40㎏들이 30가마니 정도다. 이 콩으로 유기농 두부를 만들어 내다 팔 생각이다. 김장용 배추는 어림셈으로 500포기 정도다. 만족할 만한 수확량은 아니지만 어디 첫 술에 배부르랴.
만종리대학로극장은 지난 3월 말 서울 대학로의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다음달인 4월 만종리로 옮겼다. 그리고 7월 말엔 수박밭으로 관객을 불러들여, 재개관작 <노인과 바다>를 올렸다. 이들은 만종리에서 연극과 농사를 병행하자고 다짐했다. 낮에 농사를 짓고 저녁에 연극을 한다는 ‘주경야연’(晝耕夜演)이다. 농사로 가을걷이를 앞둔 지금, 연극으로도 가을걷이가 빠질 수 없다. 10월 초 올리는 <아단성>이다.
가을걷이 연극엔 연극 문외한인 지역주민 20여 명이 무대에 선다. 주부, 자영업자, 농업인, 교육지원청장과 군의원 부인 등이 출연자 명단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연극의 소재 또한 지역 밀착형이다. 단양에서 전해오는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만종리가 소재한 단양군 영춘면 남한강변에는 삼국시대 축조된 온달산성이 남아 있다. 이 성의 본래 이름이 아단성인데 삼국시대 고토 회복을 위하여 출정했다가 화살에 맞아 전사한 온달의 이야기가 전한다.
단원들과 주민들은 지난 8월 말부터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적막강산이던 인구 80여 명의 시골마을이 배우들의 대사와 안무 연습으로 밤낮없이 시끌벅적했다. 늘어난 식구들의 잠자리는 물론이거니와 수십 명의 삼시세끼를 마련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만종리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원작은 지역작가 김상철의 <바람의 길>로, 대학로에서 내려간 김낙형 연출가와 설유진 작가가 <아단성>으로 각색했다. <100인의 햄릿>을 연출했던 1인극 배우 심철종이 연출 메카폰을 잡았다. 서울 대학로 동료들도 대거 만종리로 내려왔다.
정재진 대표는 “중국의 장이모우 감독이 만든 ‘인상유삼저’가 중국을 대표하는 공연상품이 듯 이번 공연물은 단양을 대표하는 공연상품을 만들려는 도전이다”라며 제작 포부를 밝혔다.
이미지와 음향효과를 강조하는 <아단성>은 10월 3일 단양문화예술회관, 4일 온달관광지에서 저녁 7시에 공연한다. 단양 공연의 호응 정도를 본 뒤, 내심 서울 공연도 구상하고 있다. 만종리대학로극장 뿐 아니라 주민들이 ‘연극 가을걷이’에 잔뜩 기대를 거는 이유다.
연극을 하며 농사로 돈을 벌자’는 목표를 세운 만종리대학로극장은 내년엔 2000평(6600㎡)에 우리밀을 심을 계획이다. 평당 1000원을 주고 땅도 얻어놨다. 수확물로는 ‘우리밀 피자’를 만들어 팔 계획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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