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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 인간으로 더 존경”…조영창의 ‘스승연가’

등록 2015-10-01 19:36수정 2015-10-01 22:16

첼리스트 조영창이 오는 6~7일 이틀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에서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영앤잎섬 제공
첼리스트 조영창이 오는 6~7일 이틀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에서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영앤잎섬 제공
6~7일 예술의전당 첼로 리사이틀
조영창(57)의 첼로 선율엔 스승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의 눈물이 맺혀있다. “선생이 나서길 좋아하고 사람을 껴안고 해서 너무 가식적이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어요. 하지만, 독일 조그만 역에서 기차 화물칸에 올라 홀로 우는 걸 봤어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던 눈물이었습니다. 선생이 옛날에는 기차 타고 연주하러 다녔고 자기가 망명객이 되니까, 옛 소련에 두고온 누나와 가족 생각에 눈시울을 적신 것이지요.”

스물세살의 첼리스트 조영창은 19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는 조영창을 껴안고 뽀뽀하며 축하해줬다. 이미 콩쿠르 전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쳐 “아 유 차이니스?”와 “아이 앰 코리언!”이라는 짧은 문답과 눈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먼저 손 내밀어 가르친 스승
로스트로포비치 떠난지 8년
“잡채·신김치 좋아했던 선생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저는 선생을 첼리스트로보다 인간적으로 더 존경합니다.” 조영창과 ‘선생’의 인연은 1984년 미국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의 동남아 연주로 이어진다. 당시 지휘자이던 ‘선생’이 그에게 협연을 맡긴 것이다.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이었다. ‘선생’은 런던, 파리, 뉴욕, 독일을 돌아다니며 연주했다. 조영창은 ‘선생’이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1990년대 초반까지 1년에 네다섯 번씩 7~8년 동안 무료로 레슨을 받았다. 애제자에게 베푼 ‘파격적 특혜’였다. 이 정도 사이가 되면, 선생의 눈물이 첼로 선율에 맺힐 만하지 않을까.

201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로스트로포비치 헌정 독주회’를 열었던 조영창이 3년 만에 다시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이틀에 걸쳐 ‘첼로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다. 최근 서울 연세대 음대에서 그를 만났다. 희지만 억센 머릿결은 연륜과 강인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시원시원한 말투는 소신과 고집을 번갈아 뿜어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베토벤의 음악에 강하게 끌렸다고 했다. “강하다면 누구보다도 강하고, 그러면서도 내면적인 깊이와 부드러움이 있어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들어있어요.”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의 첼로 소나타에 대해선 “사람들이 이 곡을 첼로의 신약성서라고 부르는데 ‘곁에 두고 늘 읽고 의미를 탐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봐요. 악상기호들을 보면서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헤아려야 하고, 굉장한 절제와 컨트롤을 필요로 하지요”라고 했다. 조영창은 2001년 베토벤 첼로 소나타와 변주곡 3곡을 한국인 처음으로 전곡 녹음을 했다.

조영창은 1987년부터 독일 에센 폴크방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해왔고, 4년 전부터는 연세대 교수까지 맡아 나라 안팎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다. ‘선생’한테 배워 이제 선생이 된 조영창은 “슈베르트, 브람스, 슈만 다 좋지만 특히 바흐를 좋아합니다. 베토벤이 인간으로서 최고라면, 바흐는 신과 같이 좀 다른 차원으로 보기 때문이죠”라고 했다.

얘기가 다시 ‘선생’으로 돌아왔다. 조영창의 선율에 로스트로포비치의 눈물만 맺혀있는 건 아니다. 미소도 있다. 좋은 추억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는데, 로스트로포비치는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했어요. 선생은 잡채를 드실 때 면발이 끊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입속으로 잡아당기셨어요. 하하하. 신김치와 갈비도 무척 좋아했고요.”

연주회엔 그의 오랜 친구이자 피아니스트인 파스칼 드봐이용이 함께한다. 오는 6~7일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 (02)720-393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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