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국립장식미술관의 한국 현대공예품 전시장. 사진 노형석 기자
‘프랑스내 한국미술 전시’ 가보니
프랑스 장식예술의 명당 한복판에 한국의 공예품과 패션복, 한글 포스터가 들어왔다. 파리 루브르미술관의 서쪽 끝에 날개처럼 자리한 국립장식미술관의 중심부를 한국 디자인 작품들이 차지한 셈이다. 로코코, 아르데코 등의 현란한 장식사조를 반영한 가구, 보석 소장품들로 유명한 이 미술관의 홀 들머리에는 ‘지금 한국’이라는 전시회 휘장이 둘리워져 관객을 내려다본다. 칠기, 자개, 화각(소뿔)장 등의 전통공예품과 색색의 패션한복들이 홀 주위 회랑에 줄줄이 선보이는 광경이 뒤이어 펼쳐졌다.
지난달 18일부터 이곳에서 시작된 한국 공예·패션·그래픽디자인 종합전시회인 ‘지금 한국’(내년 1월3일까지)의 겉모습은 급성장한 한국의 문화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불 수교 130돌과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에서는 ‘지금 한국’전을 비롯해 올가을 유례 없을 정도로 많은 한국미술 전시들이 차려지고 있다. 9월 이래 내년까지 예정된 현지 전시들이 10건을 훌쩍 넘는다. 작품을 싸들고가 알리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현지 초대와 지원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고, 공예, 패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시각장르를 아우른 것도 특색이다.
파리 국립장식미술관 ‘지금 한국’전
북부 도시 릴에선 현대미술작가전
내년까지 예정된 전시도 10건 넘어
지방 문화공간 기획자 태도 돋보여 아시아 고대미술의 전당인 파리 16구의 국립기메동양미술박물관은 재불 중견작가 이배씨의 현대미술전을 차렸다. 정면 탑 3층 공간에 한지를 깔고 놓은 특유의 명상적인 숯덩이 설치작업들은 미술관 아래층의 불상, 옛 회화 소장품 등과 반듯하게 어울리며 눈길을 모았다. 벨기에에 인접한 북부 도시 릴에서는 최정화, 서도호, 이불, 최우람 등의 한국현대미술 주요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시 ‘서울, 빨리빨리’가 26일 개막했다. 최정화 작가의 잡동사니 진열장에서 시작해 최우람 작가의 기계생물, 한국 아파트 공간의 케이팝 영상으로 끝나는 이 전시는 공업도시 릴을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릴 3000’이라는 시 프로젝트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1년여간 한국미술을 집중탐구했다는 큐레이터 장 막스 콜라르는 한국 특유의 급속성장의 역동성, 이에 따른 긴장과 불안감 등을 되짚어보았다고 했다. 릴 시내 곳곳의 주요 광장, 시설물들에는 최정화 작가가 만든 연꽃 등이 설치돼 시장이 개막식에서 따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지중해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도 도심문화재생공간인 프리쉬 벨 드 메가 나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미디어아트 주요 소장품들을 소개하는 ‘미래는 지금이다’전을 열고있는 중이다. 한국의 대표전시인 ‘지금 한국’은 개별 작가들과 세부 장르 안배에 주력한 탓에 되새김할 만한 메시지를 부각시키지는 못한 느낌이다. 오히려 돋보인 것은 릴, 마르세유 등의 지방도시 문화공간 기획자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한국 미술판에 대한 사전 조사와 작가 방문 등의 충실한 준비과정을 거쳤고, 도시의 문화재생을 위해 한국미술의 역동성을 끌어들이는 데 열심이었다. 현지에 기획자를 보내지않고 순회전 콘텐츠를 대여하기만 한 국내 미술관 쪽의 행보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소영, 최정화씨 등 참여작가들도 현지 기획자의 세심한 배려와 치밀한 사전 준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북부 도시 릴에선 현대미술작가전
내년까지 예정된 전시도 10건 넘어
지방 문화공간 기획자 태도 돋보여 아시아 고대미술의 전당인 파리 16구의 국립기메동양미술박물관은 재불 중견작가 이배씨의 현대미술전을 차렸다. 정면 탑 3층 공간에 한지를 깔고 놓은 특유의 명상적인 숯덩이 설치작업들은 미술관 아래층의 불상, 옛 회화 소장품 등과 반듯하게 어울리며 눈길을 모았다. 벨기에에 인접한 북부 도시 릴에서는 최정화, 서도호, 이불, 최우람 등의 한국현대미술 주요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시 ‘서울, 빨리빨리’가 26일 개막했다. 최정화 작가의 잡동사니 진열장에서 시작해 최우람 작가의 기계생물, 한국 아파트 공간의 케이팝 영상으로 끝나는 이 전시는 공업도시 릴을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릴 3000’이라는 시 프로젝트의 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1년여간 한국미술을 집중탐구했다는 큐레이터 장 막스 콜라르는 한국 특유의 급속성장의 역동성, 이에 따른 긴장과 불안감 등을 되짚어보았다고 했다. 릴 시내 곳곳의 주요 광장, 시설물들에는 최정화 작가가 만든 연꽃 등이 설치돼 시장이 개막식에서 따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지중해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도 도심문화재생공간인 프리쉬 벨 드 메가 나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 미디어아트 주요 소장품들을 소개하는 ‘미래는 지금이다’전을 열고있는 중이다. 한국의 대표전시인 ‘지금 한국’은 개별 작가들과 세부 장르 안배에 주력한 탓에 되새김할 만한 메시지를 부각시키지는 못한 느낌이다. 오히려 돋보인 것은 릴, 마르세유 등의 지방도시 문화공간 기획자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한국 미술판에 대한 사전 조사와 작가 방문 등의 충실한 준비과정을 거쳤고, 도시의 문화재생을 위해 한국미술의 역동성을 끌어들이는 데 열심이었다. 현지에 기획자를 보내지않고 순회전 콘텐츠를 대여하기만 한 국내 미술관 쪽의 행보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소영, 최정화씨 등 참여작가들도 현지 기획자의 세심한 배려와 치밀한 사전 준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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