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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야릇한 판타지를 꿈꾸다

등록 2015-10-04 19:06

다카노 아야의 작품. 조현화랑 제공
다카노 아야의 작품. 조현화랑 제공
일본 팝아티스트 다카시 제자
다카노 아야의 관능적 그림 전시
지금 서구에서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스타는 무라카미 다카시란 팝아티스트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전통미술인 춘화, 우키요에(채색민화)에 에스에프적 애니메이션과 오타쿠 문화 등을 잡탕시켜 특유의 일본풍 팝아트를 만들었다. 슈퍼플랫이라고 부르는 평면 구도에 외설, 역동, 즉흥, 환각 등의 요소를 갖춘 요괴, 소년소녀 인형 캐릭터들이 활개치는 그림세상이 그의 손길 아래 튀어나왔다. 루이뷔통 같은 패션업체들과도 협력작업을 펼친 무라카미는 팝아트의 교황 앤디 워홀의 ‘팩토리’처럼 자기 작품과 아트 상품을 대량생산하고, 조수 겸 제자들도 키우는 대형 스튜디오를 만들었는데, 이름하여 ‘카이카이키키’란 미술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여기서 갈고닦은 그의 제자들이 2000년대 들어 스승에 이어 서구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2일부터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 조현화랑에서 대작, 소품 10여점으로 개인전을 차린 여성작가 다카노 아야(40)도 이 스튜디오 집단에 속한 무라카미의 제자들 가운데 하나다.

다카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꿈꾸는 소녀들이다. 팔다리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몸매, 눈에 초점이 흐릿하고 관절 곳곳에 홍조를 띠며 공중에 뭍과 바다의 동물들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멀리 해운대 앞바다가 보이는 창 아래 전시장에서 불안과 꿈이 얽혀 있는 다카노의 판타지 세계를 엿보는 경험은 혼돈스런 쾌감을 선사한다. 일본 미술의 자폐적이고 몽환적인 감각이 대중적인 애니메이션과 진중한 회화의 경계를 타고 나타나는 그림들이다.

어릴 적 부친 책상의 에스에프 소설을 보며 상상력을 쌓았다는 그는 초창기 포르노그래피 같은 도발적 소녀상들을 그렸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을 겪은 뒤로는 선이 부드러워지고 배경에 숱한 동물들을 등장시키면서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쪽으로 화풍이 바뀌었다. 동심과 관능이 뒤엉킨 무라카미 다카시류의 일본 팝아트가 가지를 쳐가며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전시다. 프랑스 페로탱 화랑 전속인 다카노는 이달 27일 시작하는 대구미술관의 ‘제5회 애니마믹 비엔날레’전에도 참여한다. 11월22일까지. (051)747 6364.

부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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