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르 칼리스투의 현대무용 <사계>는 비발디의 명곡을 배경으로 인생의 사계를 표현했다. 시댄스 제공
비발디의 <사계>를 몸에 새겼다. 몸에 새긴 사계는 인생의 사계가 됐다. 저절로 춤이 됐다.
유럽 무용계를 강타한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의 젊은 안무가 사미르 칼리스투의 현대무용 <사계>는 비발디의 명곡을 배경으로 둔다. 하지만 바로크 음악의 풍요로움으로부터 오히려 오늘날 집단적 감정인 공허를 끄집어낸다. 음악을 바탕에 깔되, 춤 자체가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무대 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선율이 흐르면, 춤꾼은 탄생, 진화, 절정, 쇠퇴 등 인생을 춤 언어로 직조해낸다. 인생을 넘어 문명의 새벽과 황혼, 그리고 순환하는 인류의 발자취도 그려낸다. 이달 18일까지 서울 일원에서 열리는 제18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 참가작 가운데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브라질 출신 무용가 칼리스투
‘비발디 사계’ 맞춰 이야기 풀어
박재천의 즉흥 드럼 연주에 요동
일곱 춤꾼의 ‘두 유 원트 미?’ 눈길
2013년 2월 초연된 <사계>는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비발디의 <사계>에 맞춰 이루어지는 듀엣 공연이다. 대담한 도전이었지만 매우 성공적이다. 춤의 테크닉과 표현력 넘치는 신체언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춤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사미르는 작품 구조를 통해 관객을 여러 번 놀라게 한다. 춤꾼들의 감정은 인간 사이에도 존재하는 관계의 사이클을 온전히 표현한다.” 2013년 네덜란드에서 가장 명망 있는 안무상인 스완상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상’을 받을 때 심사위원 보고서의 내용이다.
칼리스투의 경력은 특이하다. 14살에 극단과 함께 순회공연을 다녔고, 17살에 정식 연기자로 데뷔했으며, 이후 상파울루대학에서 연극교육을 전공하고, 상파울루시 음악원에서 성악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안무가인 그가 정작 춤을 배운 것은 대부분 독학을 통해서였다. 소규모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테크닉을 시도했고, 그때 마주친 훌륭한 예술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2004년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네덜란드와 유럽의 무용을 접한 칼리스투는 춤꾼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어 네덜란드에서 전도유망한 안무가로 입지를 굳혔다. 오는 7일 저녁 8시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지난달 30일 개막한 서울세계무용축제엔 32개국 54개 단체 43개 작품이 참가했다. 박재천의 댄스 컬렉션 <두 유 원트 미?>도 눈길을 끈다. 한국 프리뮤직의 대표주자 ‘미연 앤 박재천’의 드럼연주자 박재천과 일곱 춤꾼이 나온다.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소리에 일곱 춤꾼의 몸은 절로 요동치다가 곧 즉흥 춤으로 변한다. 박재천은 한국 대중음악상을 2회 연속 수상하고, 독보적인 즉흥 음악 타악 연주자로 국제무대에서 호평받고 있다. 오는 14일 저녁 8시 서강대 메리홀.
전통 종합연희인 탈춤의 정수를 선보이는 연행집단 사이의 <탈·마당 춤판 풍편(風便)>도 마련된다. 야외무대에선 느끼기 힘들었던 춤꾼의 섬세한 몸놀림, 거친 호흡의 떨림까지 오롯이 드러난다. 오는 15일과 16일 저녁 8시 남산골한옥마을 국악당. 자세한 프로그램은 서울세계무용축제 누리집(sidance.org)을 참고하면 된다. (02)3216-1185.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